몬스터
죽음보다 더 강한 것은 이성이 아니라 사랑이다.
- 토마스 만(Thomas Mann, 1875-1955. 독일 작가)
패티 젠킨스 감독의 영화 ‘몬스터’를 보는 내내 참담했다. ‘미국 최초의 여성 연쇄살인범’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라고 한다.
영화는 내내 주인공 에일린의 목소리를 들려주는 듯하다. “사랑을 지키기 위해 살인을 멈출 수 없었다!’
에일린은 어릴 적 꿈 많은 소녀였다. 하지만 13살 때부터 동생들 뒷바라지를 위해 거리의 창녀로 나서게 된다.
고단한 생활을 이어가던 에일린은 술집에서 우연히 셀비라는 천진한 여성을 만나게 된다.
에일린은 셀비와 순수한 사랑에 빠져들고, 집을 나온 셀비와 함께 살게 된다. 그녀는 차츰 셀비에게 집착하게 된다.
돈이 필요했던 에일린은 거리에서 한 남자를 만나 숲속으로 들어서지만 남자는 에일린의 손을 묶은 채 가학적인 섹스를 벌이려고 한다.
가까스로 도망친 에일린은 남자를 총으로 쏴 죽이고, 셀비와 함께 도피 행각을 벌이게 된다.
그녀는 결국 여섯 명의 남자를 죽이게 되고, 마지막에는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퇴역 경찰까지 총으로 쏴 죽이게 된다.
셀비의 배신으로 연쇄살인범으로 체포된 그녀는 사형 선고를 받게 되고, 에일린은 다음과 같이 혼잣말을 한다.
“사랑은 모든 걸 이긴다. 시련 뒤에는 기쁨이 있고, 신념은 산도 움직인다. 사랑은 모든 길로 통하며 이유 없는 결과는 없다. 삶이 있는 한 희망도 있는 법. 그런데 말이야 말은 참 좋지... 지옥으로 꺼져버려! 너희 모두 쓰레기들이야.”
하지만 그녀는 마지막까지 셀비를 지켜준다. 그녀는 사랑을 지키기 위해 살인을 했던 것이다!
그녀는 13살의 꿈 많은 소녀로 죽었다. 몬스터로 살다간 어른의 삶은 그녀의 긴 악몽이었을 것이다.
잘 있거라,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열망들아
장님처럼 나 이제 더듬거리며 문을 잠그네
가엾은 내 사랑 빈집에 갇혔네
- 기형도, <빈집> 부분
시인은 사랑을 잃고 노래한다.
‘가엾은 내 사랑 빈집에 갇혔네’
하지만 사랑이 빈집에 갇힐 수 있을까?
인간은 몬스터가 되어서라도 사랑을 지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