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

by 고석근

추억


추억은 창의성이 없다. 이미 가진 것 이외의 것은 바랄 수도 없고, 그보다 나은 일도 전혀 기대할 수 없다. - 마르셀 프루스트



우리는 추억은 아름답다는 생각을 한다. 과거의 한 부분이 우리를 한순간에 천국으로 데려갈 때가 있다.


정말 추억은 아름다울까? ‘아련한 과거’에 머물 때, 우리는 현실을 잊어버린다. 모든 삶의 고통이 다 사라져버린다.


그래서 우리는 추억을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과거의 좋았던 한 순간이 우리의 생각을 다 지배해버리면, 우리는 다른 생각을 하지 못한다. 몰입이다.


인간은 몰입할 때 황홀감을 느낀다. 나와 네가 구분되지 않는 삼라만상이 하나인 세상, 만물제동(萬物齊同)의 세계가 우리 눈앞에 펼쳐진다.


추억이 아름다운 게 아니라 추억에 몰입했기에 그 시간이 아름다웠던 것이다.


추억에 젖어 있을 때, 잠시 추억에서 벗어나 ‘지금 이 순간’에 머물러 보면 안다. 지금 여기에 있는 나의 오감을 다 열고 나와 주변에 있는 것들을 예민하게 알아차리고 있으면 우리는 한 순간에 황홀의 시간 속으로 들어간다.

추억은 아주 자그마한 기억일 뿐이다. 그래서 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쓴 마르셀 프루스트는 말했다. “추억은 창의성이 없다. 이미 가진 것 이외의 것은 바랄 수도 없고, 그보다 나은 일도 전혀 기대할 수 없다.”


나이가 들어가면 사람들은 지나온 과거를 자꾸만 되돌아본다. 그러다 추억이 현재를 잠식해 버리게 된다. 추악한 과거들까지 우우우 몰려온다. 추억은 점점 추악하게 된다.



문이, 벌컥

열리고 헐레벌떡 추억은

되돌아온다 마치 잊은 것이라도 있다는 듯이

추악한 삶보다 끔직한 것은 추악한 추억

까마귀 고기를 먹어가며 추억은

정욕과 망각의 까마귀 나를

구워 먹으며 추억은

나보다 오래

살 것이다


- 김언희,《이봐, 오늘 내가》부분



추억은 잃어버린 시간이다. 되찾아야 할 시간이지, 즐겨야 하는 시간이 아니다. 모든 추억은 추악한 삶보다 끔찍하다.


추억은 현재의 무언가가 불어낸 것이다. 추억을 고요히 바라보며 현재와 만나게 해야 한다. 우리는 오롯이 현재를 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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