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아이

by 고석근

조용한 아이


사람은 빛의 모습을 추구한다고 밝아지는 것이 아니다. 어두움을 의식화해야 밝아진다. - 칼 융



어린이 집에 다니는 아이가 참으로 성숙했다고 선생님이 칭찬을 했단다. 전에는 친구들과 자주 싸웠는데 이제는 친구들과 다툼이 있으면 친구들에게 편지를 보낸단다.


하지만 아이가 정말 우정의 소중함을 스스로 깨달아 그렇게 하는 걸까?


아이는 ‘싸우지 말고 사이좋게 지내라’는 말을 무수히 들었을 것이다. 그래서 택한 방법이 편지 보내기일 것이다. 그 방법에 의해 정말 사이가 좋아진다면 참으로 다행일 것이다.


하지만 이 방법이 싸우는 것보다 좋다는 생각은 착각이다. 진정으로 서로 사이좋게 지내는 법을 깨치기 전까지는 아이는 여러 방법을 써 보아야 할 것이다. 아이는 싸우면서 크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겉보기에 싸우지 않고 조용히 지내면 아이들이 정신적으로 성숙했다고 착각한다. 아이들을 제대로 가르칠 자신이 없으니까 우선 덮고 보자는 심사일 것이다.


하지만 ‘조용한 사람’은 무서운 것이다. 특히나 ‘조용한 아이’는 아주 무섭다. 속에서는 뜨거운 용암이 들끓고 있을 테니까. 어떻게 양기가 넘치는 아이가 조용히 있을 수 있나?


우리는 아이의 겉만 보지 말고 속을 들여다보아야 한다. 역시나 아이는 며칠 후 엄마에게 얘기하더란다. “엄마, 나 무서운 꿈을 꿨어. 내가 사람을 마구 찢어 죽였어.”


아이 마음속에서는 분노가 들끓고 있었던 것이다. 도덕규범을 가지고 아이를 억누르면 이렇게 되는 것이다.

이제 아이의 마음을 풀어 놓아야 한다. 아이의 마음이 다른 아이의 마음에 부딪쳐 요란한 소리를 낼 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하면서 마음은 차츰 맑아져간다.



아빠는 회사에서 물먹었고요

엄마는 홈쇼핑에서 물먹었데요

누나는 시험에서 물먹었다나요


〔......〕


근데요 저는요

맨날맨날 물먹어도요

씩씩하고 용감하게 쑥쑥 잘 커요


- 박성우,《콩나물 가족》부분



우리는 아이들을 믿어야 한다. 그들의 잠재력이 깨어나기를 기다려야 한다.


아이들은 ‘맨날맨날 물먹어도’ ‘씩씩하고 용감하게 쑥쑥 잘 커니까’ 우리는 묵묵히 지켜보며 격려와 지지를 보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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