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을 구원하는 것은 사랑이다
피비가 목마를 탄 채 돌아가고 있는 것을 보자 나는 갑자기 행복을 느꼈다. 너무나 기분이 좋아서 큰 소리로 마구 외치고 싶었다. 왜 그랬는지 모른다.
- 제롬 데이비드 샐린저,『호밀밭의 파수꾼』에서
며칠 전에 서울의 ㅅ동에서 ‘묻지마 살인사건’이 일어나 1명이 사망하고 세 명이 부상을 입었다.
한동안 칼부림 사건이 일어나더니 살인으로 발전을 했다. 이제 일상으로 발전해 갈 것이다.
어쩌다 한 인간이 괴물이 되어버렸을까? 우리는 일상이 비상이 된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나는 TV에 나오는 괴물을 보며, J.D 샐린저가 지은 ‘호밀밭의 파수꾼’의 주인공 홀든 콜필드를 생각했다.
홀든 콜필드는 16살 소년이다. 그는 고등학교에서 네 번이나 퇴학을 당했다. 그는 어른들의 위선적인 세상에서 견딜 수 없었다.
사회와의 불화,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누구나 처음에는 세상에 대한 분노를 억누를 것이다.
그러면 화(火)가 가슴에 켜켜이 쌓이게 된다. 그 불은 언제고 타오른다. 자신을 태우거나 다른 사람을 태우게 된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태운다. 시들시들 시들어간다. 그래서 불을 밖으로 뿜어내야 한다.
술을 마시고, 마약을 하고, 도박을 하고... 하루하루 견딘다. 하지만, 안으로 안으로 파고드는 사람들이 있다.
홀든 콜필드도 안으로 움츠려들었다. 부모님 걱정을 하며, 하지만 가끔 밖으로 폭발했다.
동료 학생과 싸워 피투성이가 된다. 그는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자학이다. 하지만, 이 자학이 가학이 되는 건, 한순간이다.
묻지마 범행의 많은 사람들이 오랫동안 자학을 했을 것이다. 그러다 어느 순간, 화가 안에서 똬리를 틀고 고개를 빳빳이 들기 시작했을 것이다.
본인들도 걷잡을 수 없었을 것이다. “내 안에 악마가 있다!” 그러나 그들은 자신들을 합리화하기 시작했을 것이다.
‘세상이 나를 핍박했잖아!’ ‘너희들은 죽어도 돼!’ 사람은 한 생각에 사로잡히게 되면 괴물이 되어간다.
홀든 콜필드는 괴물이 되지 않았다. 정신 병원에 자신을 가두어 스스로를 거듭나게 했다.
그를 구한 건, 그의 어린 여동생 피비였다. 그는 펜시 고등학교에서 퇴학을 당한 후 방황하다 집으로 몰래 돌아가 피비를 만난다.
피비는 그의 안에서 잠자던 ‘사랑’을 깨우게 된다. 분석심리학자 칼 융이 말하는 아니마다.
융은 남자의 내면에는 ‘여성’이 있다고 한다. 최고의 내면의 여성은 소피아(지혜의 여신)다.
피비는 홀든 콜필드의 사랑과 지혜를 깨어나게 한 것이다. 그는 목마를 탄 채 돌아가고 있는 피비를 본다.
‘나는 갑자기 행복을 느꼈다. 너무나 기분이 좋아서 큰 소리로 마구 외치고 싶었다. 왜 그랬는지 모른다.’
인간을 구원하는 것은 사랑이다. 홀든 콜필드는 사랑의 힘으로 괴물이 되지 않을 수 있었다.
묻지마 범인들에게 사랑의 기회가 있었을까? 우리는 그들을 사랑의 눈으로 볼 수 있어야 한다.
죄는 밉지만 사람은 밉지 않으므로. 우리는 그들의 무표정한 얼굴에서 읽어야 한다. 애타게 찾는 사랑을.
아름답고 고운 것 보면
그대 생각납니다
- 김용택, <내 사랑은> 부분
누구나 ‘아름답고 고운 것 보면’ 생각나는 ‘그대’가 있었을 것이다.
그대를 잃어버리고 살게 되면서, 우리는 서서히 괴물이 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