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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꾸만 악(惡)해지는 우리들

by 고석근

자꾸만 악(惡)해지는 우리들


라다크 사람들은 자신이 자기 자신보다 훨씬 더 거대한 그 무엇인가의 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는 점이고, 또 자신은 다른 사람들 그리고 주변의 환경과 분리될 수 없는 연결 속에 존재한다고 믿는다는 점이다.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오래된 미래』에서



34도의 폭염, 힘겹게 자전거를 타고 가는데, 앞에서 한 노인의 걸음걸이가 갈지자다.


조심조심 그의 곁을 지나가는데, 그 노인이 아기를 안고 지나가는 한 아주머니에게 다가갔다.


노인은 만면에 웃음을 짓고 아기를 보며 손짓을 했다. 하지만 아주머니는 빠른 걸음으로 지나갔다.


행색이 초라한 노인, 그 노인은 머쓱해 하며 자신의 길을 걸어갈 것이다. 그 노인의 마음은 차츰 악해질 것이다.


악은 인간의 타고난 ‘본래(本)의 마음(性)’이 아닌 ‘본래의 마음에 버금가는(亞) 마음(心)’을 말한다.


인간의 타고난 마음, 본래의 마음은 천지자연과 하나인 마음이다. 떨어지는 나뭇잎 하나에도 아파한다.


하늘에서 반짝이는 별과도 소통한다. 바람 소리에서 삼라만상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이런 마음을 잃어가게 되는 것이 악한 마음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많은 사람들의 마음이 악해지고 있을 것이다.


아내가 중학교 영어 교사시절에 캐나다에 어학연수를 다녀온 적이 있다. 아내는 캐나다 얘기를 하며 이민을 가자고 했다.


“캐나다에서는 누가 아기를 안고 나오면 길을 가던 사람들이 몰려와 아기를 보고 웃고 마구 손을 흔들어.”

부러웠다. 하지만 이민 가는 것은 두려워 가지 않았다. 그때 갔으면 지금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오래 전에 자전거를 타고 공원에 들어갔을 때였다. 한 노인이 두 팔을 높이 올리고 길을 막았다.


‘헉!’ 나는 급히 두 손으로 자전거 브레이크를 잡았다. 노인은 해맑게 웃으며 크게 말했다. “자전거가 참 좋아요!”


평범한 자전거였는데, 노인의 눈에 참 좋게 보였던가? 나는 “네.”하고 씩 웃으며 지나갔지만, 마음이 아팠다.

얼마나 외로웠으면 낯모르는 사람에게 그렇게 했을까?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은 외롭다.


그 외로움들을 우리는 서로 보듬어 주지 않는다. 마음 깊이 쌓여가는 외로움들은 우리의 마음을 악하게 만들 것이다.


요즘 우리 사회 곳곳에서 그 외로움들이 밖으로 분출하고 있다. 분노가 되어 화산이 폭발하듯 밖으로 마구 뿜어져 나오고 있다.


우리의 미래는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우리는 아주 오래 전부터 이미 ‘아름다운 미래’를 살아가고 있었다.

스웨덴 출신의 언어학자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는 히말라야 산맥의 고산 지대에 있는 ‘라다크’에서 우리의 ‘오래된 미래’를 발견하였다.


‘라다크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 그리고 주변의 환경과 분리될 수 없는 연결 속에 존재한다고 믿는다는 점이다.’


어쩌다 우리는 혼자 살아갈 수 있다는 망상에 젖게 되었을까? 그 망상이 무수한 외톨이들을 만들어내었다.

그들은 괴물이 되어 곳곳에서 출몰하고 있다. “나 혼자 살 수 없어! 차라리 같이 죽자!”



중구난방이다.

자기 함몰이다.

온 팔 휘저으며 물 속 깊이 빨려 들어가면서

질러대는 비명 소리들로 세상은 가득 차 있다.

그리고 그 속에서 한없이 외롭다.


- 최승자, <중구난방이다> 부분



TV에서 나오는 말들, 중구난방이다.


술을 마시며, 사람들과 중구난방이다.


한없이 외로운 사람들의 대화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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