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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과 싸우는 사람은 괴물이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by 고석근

괴물과 싸우는 사람은 괴물이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괴물과 싸우는 사람은 스스로 괴물이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당신이 그 심연을 오랫동안 들여다본다면, 심연 또한 당신을 들여다보게 될 것이다.


- 프리드리히 니체,『선악의 저편』에서



공자가 제자들과 길을 가다 길가에서 똥을 누는 사람을 보았다. 이를 본 공자는 그를 크게 꾸짖었다.


한참동안 길을 가는데, 이번에는 길 한가운데서 똥을 누는 사람을 보았다. 제자들이 혼을 내려하는데 공자가 제지하고는 말했다.


“길 한가운데서 똥을 누는 저 사람은 부끄러운 줄을 모른다.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잘못을 저지르는 사람에게 뭐라고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


사람의 기본 조건은 ‘부끄러움을 아는 마음’일 것이다. 이 마음이 없는 사람은 공자도 가르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 사회에 이런 사람들이 엄청나게 많다는 사실이다. 공원에서 산책하다 보면, 개똥을 수시로 만난다.


한가하게 걷다가는 개똥을 밟게 된다. 우리 사회에 이런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공자처럼 피한다고 될까?


아니 피할 수 있을까? 느닷없이 전철역에서 칼을 들고 나타나는데, 호신용 무술을 배우고 호신용 무기를 산다고 해결될까?


그래서 공자의 맥을 잇는 맹자가 나왔을 것이다. 맹자가 양나라를 방문하게 되었다.


양혜왕이 말했다. “선생께서 먼 길을 와주셨으니 이 나라를 이롭게 할 방법을 알려주시오.”


맹자가 말했다. “왕께서 어찌 이익을 말씀하십니까? 오직 인의(仁義)가 있을 뿐입니다. 만약 왕께서 나라의 이익만 생각하시면, 대부 이하 모든 백성이 자신의 이익만 생각할 것입니다. 결국 나라가 위태로워질 것입니다.”


맹자는 공자의 인에 의를 더한 것이다. 의(義)는 의로움(정의)를 말한다. 맹자는 인간에게 타고난 ‘의로움을 아는 마음’이 있다고 했다.


그는 인간은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지만 동시에 의로움을 아는 마음이 있어, 자신의 탐욕을 제어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부끄러움과 의로움을 모르는 사람을 ‘사이코패스(반사회적 인격장애)’라고 한다. 어쩌다 인간이 이런 괴물이 되었을까?


우리는 일상에서 이런 사람들을 무수히 만난다. 우리가 이런 사람들을 미워하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그들과 닮게 된다.


“괴물과 싸우는 사람은 스스로 괴물이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당신이 그 심연을 오랫동안 들여다본다면, 심연 또한 당신을 들여다보게 될 것이다.”


우리 사회는 맹자가 우려하는 사회다. 모든 사람들이 이익을 추구하는 사회다. 그래서 위태롭게 되었다.


해결책은 인(仁)과 의(義)를 세워야 한다. 어릴 적부터 부끄러움을 아는 마음을 기르고, 사회 전체가 이익보다는 의를 중시하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드라마에서는 상류층의 사이코패스들이 수시로 등장한다. ‘이 시대의 왕들’이 이익만 추구하다 괴물이 된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들을 미워하다 괴물이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민주주의는 우리(民)가 주(主)가 되어 인의의 세상을 세워가야 하는 사회이니까.



순하고 명랑하고 맘 좋고 인정이

있으므로 슬기롭게 사는 사람들이

그런 사람들이

이 세상에서 알파이고

고귀한 인류이고

영원한 광명이고

다름 아닌 시인이라고.


- 김종삼, <누군가 나에게 물었다> 부분



가끔 시장 길을 걷는다.


안심한다. 아직 세상은 안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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