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과 진실 사이

by 고석근

거짓과 진실 사이


하늘의 의지는 사랑(仁)에 있고, 하늘의 도는 마땅함(義)에 있다.


- 동중서,『춘추번로』에서



동중서는 중국의 한 무제 시대의 유학자였다. 그는 유가 사상을 국교로 삼는 데 크게 이바지했다.


이후 중국과 중국의 영향을 받은 우리나라도 ‘하늘’을 이 세상의 중심에 두게 되었다.


천재지변이 일어나면, 많은 사람들이 왕의 잘못으로 생각하게 되었다. 하늘의 이름으로 왕을 바꾸기도 했다.

그럼 동중서가 말하는 하늘은 사실일까? 정말 ‘하늘의 의지는 인(仁)이고, 하늘의 도는 의(義)’일까?


인간은 상상력의 동물이라 ‘사실이냐? 거짓이냐?’는 중요하지 않다. 많은 사람들이 같은 상상을 하면 그건 사실이 되는 것이다.


돈을 손바닥에 올려놓고 생각해 보자. 돈은 사실일까? 사실이다. 1만 원짜리를 들고 시장에 가면 누구나 1만원으로 인정을 해준다.


그런데 전쟁이 일어나 돈에 대한 믿음이 사라지면, 돈은 하루아침에 휴지 조각이 되어 버린다.


신(神)도 마찬가지다. 많은 사람들이 신을 믿을 때는 신은 사실이 된다. 그럼 우리는 이러한 사실들을 어떻게 봐야할까?


동중서가 “하늘의 의지는 사랑(仁)에 있고, 하늘의 도는 마땅함(義)에 있다.”고 말했을 때는 이러한 주장은 진실한 일면이 있었다.


그 당시 최고 권력자는 왕이었는데, 왕이 정치를 잘못하면 백성들은 어떻게 해야 하나?


동중서가 하늘이 내리는 재앙들을 왕의 잘못으로 해석했기에, 백성이 왕의 폭정을 제어할 근거가 생긴 것이다.


인간은 상상력의 동물로 진화하면서 동물의 왕이 되었다. 인간이 이 상상력을 잘 발휘하지 못하면 인간은 다시 나약한 동물로 퇴화하게 된다.


따라서 우리는 인간의 말을 ‘사실이냐? 거짓이냐?’로 보지 말고 ‘진실하냐? 진실하지 않느냐?’로 봐야 할 것이다.


그 당시에는 동중서의 하늘이 인간의 삶을 고양시키는 일면이 있었겠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그의 하늘은 인간의 삶을 쇠락하게 했다.


하늘을 대신하여 천하를 통치하는 중국의 천자, 그의 권위를 등에 업은 소국들의 왕들은 하늘의 이름으로 얼마나 많은 백성들의 삶을 궁핍하게 했는가?


동학에서는 이 하늘을 사람과 동격으로 만들었다. ‘사람이 곧 하늘이오.’ 사람과 하늘이 동격이 되어 민주주의 사회가 열렸다.


요즘 민주주의의 위기가 거론되고 있다. 우리는 새로운 하늘과 인간을 상상해야 할 것이다.



아 우리도 하늘이 되고 싶다

짓누르는 먹구름 하늘이 아닌

서로를 받쳐 주는

우리 모두 서로가 서로에게 푸른 하늘이 되는

그런 세상이고 싶다


- 박노해, <하늘> 부분



우리는 계속 새로운 하늘과 인간을 꿈꾸어야 한다.


한 사람의 꿈은 꿈에 불과하지만, 많은 사람이 같은 꿈을 꾸면 그건 사실이 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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