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기를 좋아하라

by 고석근

배우기를 좋아하라


인간을 정의하는 데 다른 것은 필요 없다. 그저 쓸데없는 일을 만들어내 스스로 괴로워하는 존재라고 하면 충분하다.


- 나쓰메 소세키,『나는 고양이로소이다』에서



공부모임에서 한 회원이 말했다. “왜 공부를 해야 해요? 편안하게 살면 왜 안 되는 거죠?”


공자는 말했다. “군자는 먹음에 배부름을 추구하지 않고, 거처함에 편안함을 추구하지 않으며... (그렇다면) 배우기를 좋아한다고 말할 수 있다.”


공자는 우리에게 편안하게 살아가는 삶을 거부하고 배우기를 좋아하는 사람, 군자가 되라고 말한다.


왜 우리는 편안하게 살면 안 되고 공부를 해야 하는 걸까? 일본 근대문학의 아버지 나쓰메 소세키는 고양이의 입을 빌려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인간을 정의하는 데 다른 것은 필요 없다. 그저 쓸데없는 일을 만들어내 스스로 괴로워하는 존재라고 하면 충분하다.”


고양이가 생각할 때, 인간은 너무나 한심할 것이다. 항상 ‘쓸데없는 일을 만들어내 스스로 괴로워하니까.’


우리의 언어를 보자. 언어는 언제나 명령을 내린다. 학교 이름들을 보면, 여자만 다니는 학교에는 여자라는 글자가 붙는다.


남자가 다니는 학교에는 남자라는 글자가 없다. 이런 학교 이름에 익숙해지다 보면, 우리의 사고에 ‘남존여비(男尊女卑)’가 자리를 잡게 된다.


자신도 모르게 딸들에게 명령을 내리게 된다. “얘야, 오빠(혹은 남동생)에게 밥을 차려 주거라!”


아들과 딸을 차별하게 되어 딸들에게 비난을 받게 된다. 쓸데없는 갈등을 만들어 괴로워하게 된다.


우리가 무심코 쓰는 언어들, 서울, 강남, 신도시, 지방, 아파트, 빌라, 정규직, 비정규직, 백화점, 시장, 사람, 동물, 식물, 좋아, 싫어, 아름다워, 추해...... .


이 모든 언어들은 우리에게 명령을 내린다. ‘좋아, 싫어’ ‘아름다워, 추해’ 우리는 삼라만상을 두 영역으로 나눠서 보게 된다.


한 사람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에 이러한 명령이 들어가 있게 된다. 남의 시선에 노출된 사람은 자신도 모르게 명령을 듣게 된다.


따라서 편안하게 살아가는 사람은 자신도 모르게 노예로 살아가게 된다. 한평생 알 수 없는 누군가의 꼭두각시로 살아가게 된다.


편안하게 살지 못하고 쓸데없이 일을 만들어가며... . 우리는 편안한 삶을 거부하고 공부를 해야 한다.


우리는 자신을 계속 새로운 인간으로 창조해가야 한다. 세상이 쓰는 언어가 아닌 자신만의 언어를 구사할 수 있어야 한다.


자신만의 언어를 쓸 때 우리는 자신만의 생각을 하게 된다. 언어가 생각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항상 자신의 언어와 생각을 성찰해야 한다. 끊임없이 배우기를 좋아해야 한다.


그러면 차츰 편안한 삶을 살아갈 수 있게 될 것이다. 쓸데없이 일을 만들어 괴로워하지 않게 될 것이다.


저격을 꿈꾼다

가장 편안한 자세로

앉거나 서서 또는 누워서

증오의 화상을 처치하는 꿈

귀신도 곡할 범죄를 꿈꾼다

잠시 숨을 멈춘고

긴장을 풀고

일격필살을 노리는

복수의 버튼만 살짝 누르면

세상은 전혀 딴판으로 바뀌고

놈은 쥐도 새도 모르게

눈앞에서 사라지겠지


- 임영조, <리모콘> 부분



시인은 리모콘을 누르며 자신 안의 증오를 본다.


‘놈은 쥐도 새도 모르게/ 눈앞에서 사라지겠지’


우리는 시인처럼 일상 속에서 자신의 어두운 마음을 보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어느 날 우리 안의 증오가 밖으로 튀어 나올 것이다.


우리는 홀린 듯이 지나가는 사람들을 향해 칼을 마구 휘두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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