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우스트의 구원
자유도 생명도 날마다 싸워서 얻는 자만이 그것을 누릴 자격이 있는 것이다... 자유로운 땅에서 자유로운 백성과 살고 싶다. 그러면 순간을 향해 이렇게 말해도 좋으리라. ‘멈추어라, 너 정말 아름답구나!’
내가 세상에서 남겨놓은 흔적은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이같이 드높은 행복을 예감하면서 지금 최고의 순간을 맛보고 있노라.
- 요한 볼프강 괴테,『파우스트』에서
중학교 3학년 여름 어느 날 밤이었다. 모기장 안에서 괴테의 파우스트를 읽고 있었다.
그러다 마음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어떤 뜨거운 충동 때문에 가만히 앉아 있을 수가 없었다.
밖으로 나와 자전거를 타고 냇가로 갔다. 언덕에 앉아 호박잎들에 쏟아져 내리는 하얀 달빛을 보았다.
‘나도 악마에게 영혼을 팔아야 하나?’ 나는 막연히 예감한 것 같다. ‘자유도 생명도 날마다 싸워서 얻는 자만이 그것을 누릴 자격이 있는 것이다.’
세상은 무언가 급격히 변화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1971년, 우리 경제가 고도성장기로 접어드는 시기였다.
‘시간은 돈이다.’ 누구나 열심히 노력하면 잘 살 수 있다는 믿음이 널리 퍼져가던 시대였다.
근대산업사회는 중세의 신(神)중심사회 속에서 태어났다. 인간중심시대가 열린 것이다.
인간이 날마다 싸워서 자유와 생명을 얻어야 하는 시대, 이런 시대의 인간의 구원은 무엇인가?
괴테의 예민한 감수성은 모든 사람들이 막연히 느끼고 있던 화두를 58년 동안이나 명확히 잡고 있었던 것이다.
내게 생애 최초로 가장 강력한 감동을 준 파우스트, 50여년이 흐른 지금, 나는 파우스트의 구원을 따라가고 있다.
지난 나의 삶은 자유와 생명을 얻기 위한 내 나름의 치열한 싸움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 어느 정도 자유와 생명을 얻었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 앞으로 남은 과제는 ‘자유로운 땅에서 자유로운 백성과 살고 싶다.’일 것이다.
이것은 돈키호테인 내가 오랫동안 꿈꾼 세상이다. 해안가를 개간해 자유로운 땅에서 자유로운 백성들이 살아가는 꿈을 이룬 파우스트.
나는 땅은 없지만, 계속 꿈을 꾼다. ‘자유로운 개인들의 공동체’ 내가 강의하는 곳들은 다 작은 유토피아들이다.
작디작지만 자유로운 사람들이 모인 세상이 얼마나 눈부시게 아름다운지 함께 느끼는 곳이다.
어제는 ㅅ 식당에서 주막인문학이 열렸다. 우리는 함께 술을 마시며 토론을 하며 유토피아 속으로 들어갔다.
밖으로 나오면 어지럽다. 빙글빙글 도는 지구, 우리는 간신히 균형을 잡고 서로의 손을 잡으며 아쉬운 작별을 한다.
아, 언젠가 나도 파우스트처럼 말 할 수 있을까? 순간을 향해 “멈추어라, 너 정말 아름답구나!”
‘내가 세상에서 남겨놓은 흔적은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이같이 드높은 행복을 예감하면서 지금 최고의 순간을 맛보고 있노라.’
사랑하는 사람과의 첫 눈맞춤은 “존재하라!”고 외친
신의 첫 마디 말씀과 같다.
- 칼릴 지브란, <연인> 부분
우리의 삶은 매순간, 천지창조의 순간이다. 그 짧은 순간에 한 세계가 창조되고 사라지는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첫 눈맞춤’이 천지창조의 비의를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