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기 세우기

by 고석근

자녀 기 세우기


참으로 이상한 일이다. 모든 것은 조물주에 의해 선하게 창조됐음에도 인간의 손길만 닿으면 타락하게 된다. 식물이나 동물은 물론 기후마저도 뒤흔들어놓아 모든 것이 변형되고 뒤죽박죽으로 바뀐다. 이러한 경향은 같은 인간에 대해서도 그대로 적용된다. 인간은 자신의 취향에 따라 같은 인간을, 마치 가축이나 정원의 나무처럼 왜곡하고 변형한다. 이로 인해 인간의 본성은 질식할 수밖에 없다.


- 장 자크 루소,『에밀』에서



루소는 “가난한 집 아이들과 부잣집 아이들 중에 누구를 가르치겠냐고 내게 묻는다면, 나는 조금도 망설임 없이 부잣집 아이들을 가르치겠다고 말할 것이다. 왜냐하면 가난한 집 아이들은 가난을 통해 이미 너무 많은 것을 배워 많이 알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나도 루소처럼 ‘가난한 집 아이들은 가난을 통해 이미 너무 많은 것을 배워 많이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가난한 집 아이의 가장 좋은 점은 부모가 일하느라 아이들끼리 논다는 점이다. 아이들끼리 함께 놀며, 서로 돌보며 자연 속에서 함께 배운다.


나는 어린 시절을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시골의 작은 마을에서 보냈다. 부모님의 가장 위대한 유산이다.


하지만 나는 초등학교에 들어가며 우리와 다른 아이들을 보았다. 그들은 읍내에 사는 희멀건 얼굴의 아이들이었다.


나는 졸지에 아프리카 오지의 원주민이 되어 버렸다. 지금도 그때 받은 마음의 상처는 내 마음 깊숙이 박혀 있다.


중학교를 졸업한 후 나는 집을 떠나 도시에서 공부하고 지금은 도시에서 살고 있다.


나처럼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낸 많은 사람들은 자식에게 만큼은 가난으로 인한 마음의 상처를 겪게 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우리 아이의 기를 세워줘야 해!’ 그래서 많은 부모들이 자녀들을 왕자님, 공주님으로 기른다.


나는 가난한 집 아이가 갖는 열등의식은 삶의 큰 에너지가 된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열등의식을 잘 다스리면 삶을 아름답게 가꿔갈 수 있다.


나는 가난하게 자랐기에 웬만한 어려움이 닥쳐도 헤쳐 나갈 수 있다. 또한 다른 사람들과 더불어 잘 살아갈 수 있다.


문제는 가난하게 자란 사람들이 ‘자신들의 열등의식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일 것이다.


‘나의 자녀들에게는 그런 열등의식을 갖게 할 수는 없어!’ 이렇게 생각하게 되면, 자신의 자녀들을 가난한 집 아이로 기르지 않는다.


그들은 드디어 자신의 자녀들을 ‘기죽이는’ 자녀의 담임선생님을 죽음으로 내몰게 된다.


인간은 어떤 한 생각에 깊이 빠지게 되면 서서히 괴물이 되어간다. 오직 한곳만 보이기 때문이다.


눈앞에 아이의 기를 죽이는 담임선생님만 보일 때, 담임선생님은 기어코 제거해야 할 악의 축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길을 잃어버리게 되면, 다시 원점으로 되돌아가라고 한다. 교육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자.


교육은 ‘인간의 타고난 마음, 본성’을 활짝 꽃 피우는 것이다. 교육(Education)의 어원은 ‘Educatio, 밖으로 이끌어 내다’이다.


아이의 기를 살리겠다고 담임선생님까지 죽이는 우리의 학부모의 교육방식은 결국에는 자녀의 본성까지 죽이게 될 것이다.


본성을 잃어버린 아이는 괴물이 된다. 많은 학부모가 괴물 자녀와 함께 한평생을 살아야 할 것이다.



쓰다 남은 판자 조각에

비뚜름히 새겨 놓은 글귀


-없는 대로

-불편한 대로


- 임길택, <부엌> 부분



가난한 집 아이는 ‘-없는 대로/ -불편한 대로’ 살아간다. 그래서 무한한 창의력이 나온다.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한다. 널브러져 있는 것들을 모아 한 살림을 차릴 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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