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 된다는 것
나는 지금보다 더 강해질 거야. 그리고 성숙할 거야. 어른이 되는 거지. 그래야만 하니까. 지금까지 나는 가능하다면 열일곱, 열여덟에 머물고 싶었어. 그러나 지금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난 이제 십 대 소년이 아니야. 난 책임이란 것을 느껴. 봐, 기즈키, 난 이제 너랑 같이 지냈던 그때의 내가 아냐. 난 이제 스무 살이야. 그리고 나는 살아가기 위해서 대가를 제대로 치러야만 해.
- 무라카미 하루키,『상실의 시대 (원제:노르웨이의 숲)』에서
아이들이 “아빠!” 하고 부를 때, 나는 갑자기 아빠가 된다. 커다란 거인이 된다. 아빠는 영원의 존재다. 신이다.
인류는 오랫동안 신화에 의해 ‘유한한 삶과 영원을 하나로 연결’했다. 남자 아이가 13세가 되면 성인식을 했다.
혹독한 의례를 행하며 아이는 당당한 부족의 일원으로 거듭났다. 이제 그는 아이가 아니었다.
자신의 삶을 책임지는 어른이 되었다. 성인식을 마치고 돌아온 아이에게 어머니는 깍듯이 어른으로 대접해 주었다.
그는 사냥을 할 때는 태초의 사냥꾼 흉내를 내었다. 그는 지금 여기에 살아가는 사냥꾼이면서 동시에 영원의 사냥꾼(사냥꾼의 신)이었다.
그는 유한한 인간이면서 동시에 영원의 신이었기에, 맹자가 말하는 호연기지가 충만했다.
그러다 약 2500여 년 전에 철기시대가 도래하며 신화는 무너지게 되었다. 철기는 부족사회를 넘어서는 커다란 제국을 등장하게 했다.
제국에서는 더 이상 신화가 유효하지 않았다. 사람들의 이성(理性), 이치를 아는 마음이 깨어났다.
이성에 의해 철학과 고등종교가 등장했다. 동서양의 철학의 아버지들, 공자와 소크라테스는 내면의 소리를 들으며 살아가라고 말했다.
고등종교의 창시자들도 내면에서 신성(神性)을 찾으라고 했다. 크게 보면, 철학과 종교의 가르침은 같았다.
그런데 현대자본주의 사회는 내면의 소리를 듣기보다 현란한 물질에 취하는 인간을 탄생하게 했다.
풍요로운 물질은 인간을 속물적인 삶을 살아가게 했다. 사람들은 사람보다 물질을 더 사랑하게 되었다.
모래알처럼 흩어져 살아가는 사람들, 그들은 인간의 본성(本性), 사회적 존재로 살아가지 않기에 온갖 정신질환에 시달리게 되었다.
이들의 삶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소설이 무라카미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다. 그들은 인간의 본성을 상실한 것이다.
인간은 동물에서 인간으로 진화하면서 다른 사람과 더불어 살아가게 되었다. 현대사회의 풍요로운 물질이 인간에게 본성을 거스르게 하고 있는 것이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이들이 다시 인간의 본성, 다른 사람에 대한 사랑을 회복해야 한다고 말한다.
‘나는 지금보다 더 강해질 거야. 그리고 성숙할 거야. 어른이 되는 거지... 난 이제 십 대 소년이 아니야. 난 책임이란 것을 느껴.’
지상의 유한한 삶만 살아가는 현대인들, 너무나 커다란 것을 잃어버렸다. 다시 영원의 삶을 회복해야 한다.
다른 사람을 사랑하며, ‘커다란 나’로 거듭나야 한다. 인간의 내면에는 천지자연의 이치를 아는 마음(신성)이 있어, 그 마음만 깨우면 우리는 천지자연과 하나가 된다.
이제 인류는 다시 신화시대로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인류는 지금 작은 나를 벗어나려 몸부림치고 있다.
너무 깊게 생각하면 도리어 생(生)을 해치게 되니
마땅히 대자연의 운에 맡겨갈 것이다
- 도연명, <신석(神釋)> 부분
현대인은 ‘너무 깊게 생각한 죄’에 대한 벌을 받고 있다.
삼라만상을 생각으로 해석하는 것이 과학이다. 현대물질문명은 수많은 생각으로 쌓은 바벨탑이다.
우리는 이제 이 생각들을 해석해야 한다. 그리하여 현대의 과학을 넘어서야 한다. ‘대자연의 운에 맡겨’ 살아가는 새로운 삶을 찾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