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중요한 건 눈에 보이지 않아
비밀은 아주 단순해. 그건 마음으로 보아야 잘 보인다는 거야. 가장 중요한 건 눈에는 보이지 않아.
- 앙투안 드 생택쥐페리,『어린왕자』에서
우리 눈에 보이는 저 산, 분명히 산이다. 가서 보면 만져진다. 오감으로 느껴지는 저 산.
우리가 보는 삼라만상, 우리는 이렇게 생각하게 된다. ‘분명히 저기 있다!’ ‘해와 달, 산천초목은 저기 저렇게 객관적으로 있다.’
하지만 그건 우리의 생각이다. 우리의 머릿속에 ‘삼라만상’이라는 생각이 있어. 밖에 그러한 삼라만상이 보이는 것이다.
한 번도 산을 본 적이 없는 사람의 눈에는 산이 보이지 않는다. 우리의 눈에는 과거에 본 것만 보는 것이다.
한 번도 배를 본 적이 없는 남아메리카의 원주민들은 서양의 큰 배들이 들어왔는데도 아무도 배를 보지 못했다고 한다.
보아도 보지 못하는 것이다. 결국 우리가 보는 것은 우리의 마음이다. 그럼 우리의 마음은 ‘온전한 마음’일까?
인간의 마음은 크게 보면 ‘자아(Ego)의 마음’과 ‘자기(Self)의 마음’으로 나눠진다. 자아는 살아오면서 형성된 마음이다.
인간은 각자 다 다른 마음을 갖고 있다. 각자 하나의 세계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 마음이 내 마음 같지 않다.
다른 사람이 지옥이 될 수 있다. 인간에게는 다른 사람과 하나인 마음이 있다. 바로 자기다.
우리의 가장 깊은 내면에는 우리의 영혼, 자기가 있다. 우리는 이 자기가 활짝 깨어난 사람을 ‘깨달은 사람(성자聖者)’이라고 말한다.
인간이 자아라는 작은 나의 마음에 갇혀 있으면, 이 세상은 약육강식의 생지옥으로 보인다.
아직 자아라는 작은 나에 갇혀 있는 어린왕자에게 여우는 이 세상의 비밀을 가르쳐 준다.
“비밀은 아주 단순해. 그건 마음으로 보아야 잘 보인다는 거야. 가장 중요한 건 눈에는 보이지 않아.”
우리 눈에 보이는 것들은 다 자신의 마음이 지어낸 허상들이니, 잠시 눈을 감고 마음의 눈으로 ‘실제의 세상’을 보라는 것이다.
마음의 눈, 바로 자기다. 인간 본래의 마음, 본성(本性)이다. 천지자연과 하나로 연결되어 있는 신성(神性)이다.
이 마음의 눈을 떠야, 이 세상의 참 모습이 보인다. 다른 사람, 다른 사물과 하나로 연결되어 있는 자신이 보인다.
자아의 눈으로 볼 때는 자신만 잘 살겠다고 아우성치는 아귀지옥의 세상이 자기의 눈으로 보게 되니 서로의 피와 살을 나누며 오순도순 살아가는 사랑의 세상으로 보이게 된다.
어린왕자는 이제 어린 시절 고향에서 만난 자신에게 심술궂게 대하던 꽃을 사랑할 수 있게 되었다.
꽃 한 송이를 진정으로 사랑하게 된 어린왕자는 이제 모든 사람, 모든 사물을 사랑하게 될 것이다.
이 하루는 저 강물의 한 방울이
어느 산골짝 옹달샘에 이어져 있고
아득한 푸른 바다에 이어져 있듯
과거와 미래와 현재가 하나다.
- 구상, <오늘> 부분
시인은 마음의 눈으로 세상을 본다.
그는 과거와 미래와 현재가 하나인 오늘을 맞이한다. 그는 늘 영원 속에서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