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기다리는 동안
어린왕자가 말했다. “도대체 길들인다는 게 무슨 말이야?”
여우가 대답했다. “모두들 잊고 있는 건데, 관계를 맺는다는 뜻이야.”
“관계를 맺는다고?”
“응. 네가 나를 길들이면 우리는 서로 아쉬워질 거야. 내게는 네가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존재가 될 것이고, 네게도 내가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여우가 될 거야.”
- 앙투안 드 생택쥐페리,『어린왕자』에서
한 선사가 법상에 올라가다가 새의 노랫소리를 들었다. 그러자 그는 “설법은 끝났다”고 말하며 법상을 내려 왔다.
새의 노랫소리가 들릴 때, 우리의 마음(몸)은 온통 그 노랫소리와 공명한다. 그 순간, 우리는 자신을 잊어버린다.
자신을 잊어버린 상태, 바로 부처의 세계다. 중생의 세계는 각자 자신을 잊지 않고, 각자의 이익만 챙기는 마음의 상태다.
왜 많은 사람들이 마약을 할까? 자신을 잊어버리고 싶어서다. 자신을 잊어버리면, 황홀감에 휩싸이게 된다.
황홀감, 너와 내가 없는 세상이다. 삼라만상이 하나로 공명하는 세상이다. 얼마나 좋은가?
내가 없으니, 죽음도 없다. 내가 없으니 나의 고통이 다 사라진다. 고통이 없는 상태, 열반이다.
인간은 동물에서 인간으로 진화하면서 ‘공감하는 마음’이 생겨났다. 인간은 다른 사람, 생명체의 마음을 함께 느낀다.
그래서 인간은 달랑 혼자 있을 때, 가장 힘들다. 그런데 이 세상은 어떤가? 다른 사람들과 무한경쟁을 해야 하지 않는가?
현대인의 고통은 여기에 있다. 본성(本性)은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살아야 하는데, 다른 사람들과 적이 되어 살아야 하는 고통.
요즘 많은 사람들이 심리 상담을 받고,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 모래알처럼 흩어져 살아야 하는 현대인의 비극이다.
사람은 다른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가야 한다. 사람은 길들여지는 존재다. 다른 사람을 만나 그와 함께 서로를 길들이며 어떤 존재가 되어간다.
인간의 정체성은 다른 존재들과의 만남의 흔적들이다. 내 몸의 세포들은 계속 죽고, 매일 먹는 음식들이 새로운 세포가 되어 내 몸이 된다.
내 마음도 다른 사람들, 다른 사물들을 만나며 만들어진다. 자세히 보면 ‘나’라는 건, 삼라만상과 하나로 어우러진다.
홀로 동떨어진 ‘나’는 없다. 그런데 인간은 생각이라는 게 있어, ‘나’라는 생각을 하며 ‘나’가 홀로 있다는 착각을 한다.
이 착각은 무한경쟁, 각자도생의 세상과 맞물려 홀로는 점점 강화된다. 그래서 다들 너무나 외롭다.
홀로는 폭발물이다. 펑 터져 자신을 죽이고 다른 사람들도 죽게 한다. 우리는 모두 시한폭탄이다.
우리는 서로에게 다가가야 한다. 서로를 길들여야 한다. 여우가 어린왕자에게 삶의 비밀을 가르쳐 준다.
“내게는 네가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존재가 될 것이고, 네게도 내가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여우가 될 거야.”
우리는 모두 서로에게 하나밖에 없는 존재다. 인간은 다른 인간으로 대체될 수 없다.
우리가 서로에게 하나밖에 없는 존재가 될 때, 오로지 그만 눈에 보일 때, 우리는 모두 큰 나가 된다.
큰 나가 된 어린왕자는 지구를 떠나 자신이 태어난 별로 돌아가게 된다. 모두가 서로에게 하나밖에 없는 귀중한 존재가 되어 살아가는 왕국이 건설될 것이다.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에
내가 미리 가 너를 기다리는 동안
다가오는 모든 발자국은
내 가슴에 쿵쿵거린다
바스락거리는 나뭇잎 하나도 다 내게 온다
기다려본 적이 있는 사람은 안다
- 황지우, <너를 기다리는 동안> 부분
우리의 마음을 잘 살펴보면, 항상 누군가를 혹은 무언가를 기다린다.
‘다가오는 모든 발자국은/ 내 가슴에 쿵쿵거린다/ 바스락거리는 나뭇잎 하나도 다 내게 온다’
우리는 이런 마음을 항상 알아차리고 살아가야 한다. 바쁘다고 잊어버리고 살아가게 되면, 마음이 아프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