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기억하라

by 고석근

죽음을 기억하라


그러나 몸은 벗어 버린 낡은 껍데기와 같아요. 낡은 껍데기 때문에 슬플 건 없잖아요...... .


- 앙투안 드 생택쥐페리,『어린왕자』에서



메멘토 모리(Memento mori), 죽음을 기억하라. 네가 반드시 죽는다는 것을 기억하라.


왜 우리는 죽음을 기억해야 할까? 죽음, 생각만 해도 으스스한 단어가 아닌가? 차라리 잊고 사는 게 좋지 않을까?


자석을 예로 들어보자. 자석에는 음극과 양극이 있다. 만일 음극을 잘라내면 어떻게 될까?


양극만 남을까? 다시 양극이 음극과 양극으로 반반씩 나눠진다. 음극을 떼어내면 다시 양극이 반 토막이 나고 계속 음극을 떼어내면 결국에는 자석 자체가 사라져버리게 된다.


삶도 그렇다. 삶에는 삶과 죽음이 함께 있다. 죽음을 떼어내면 삶이 반 토막이 난다.


계속 죽음을 거부하고 살아가게 되면, 결국에는 삶 자체가 사라져버리게 된다. 노자가 말하는 대극합일(對極合一)의 이치다.


이 세상은 서로 반대로 보이는 것들이 하나로 합쳐져 있다. 선과 악, 밤과 낮, 좋음과 싫음... .


지혜롭게 산다는 건, 이 둘을 모두 받아들이며 살아가는 것이다. 어느 한쪽을 택하게 되면, 반대의 것들과 함께 택한 것들이 사라져 삶 자체가 공허해진다.


나는 오래전에 ‘죽음’을 경험한 적이 있다. 죽음 아주 가까이 갔는데, 마음이 더없이 평온했다.


기운이 다 빠져나간 몸, 삶과 죽음이 하나였다. 온몸이 식어 얼음처럼 차가운데, 전혀 두렵지 않았다.


평소에 그리도 두려워하던 죽음, 삶의 기운이 다 사라지자 죽음의 기운도 함께 사라졌다.


삶과 죽음이 하나인 상태, 오로지 인간의 본성(本性), 인간 본래의 마음만 형형하게 빛났다.


인간 본래의 마음은 이 우주 그 자체다. 이 마음은 커다란 거울과 같다. 우주를 거울처럼 다 비춘다.


이 세상의 모든 비밀을 그냥 안다. 삶과 죽음이 하나인 것을 그냥 안다. 이 세상과 자신이 하나인 것을 그냥 안다.


임금님이 벌거숭이라는 것을 척 보면 아는 것이다. 인간은 이런 마음을 타고나는 것이다.


그런데 인간은 생각하는 동물이라, 자라면서 생각에 의해 이 세상을 둘로 나눠보게 된다.


삶과 전혀 반대인 죽음, 죽음이 두려울 수밖에 없다. 우리는 죽음이라는 단어조차 입에 올리기를 꺼려하게 된다.


죽음은 지하실 어두컴컴한 지하실에 처박아 두게 된다. 죽음은 땅속 깊이 묻어버리게 된다.


죽음이 사라진 우리의 삶, 하늘에는 죽음의 먹구름이 늘 짙게 드리워져 있다. 우리 뒤에는 늘 죽음의 그림자가 따라 다닌다.


우리는 죽음을 기억해야 한다. 우리는 반드시 언젠가는 죽는다. 죽음을 항상 가슴에 품고 살아가야 한다.


행복이란 이런 것

죽음 곁에서

능청스러운 것

죽음을 집 안으로 가득 끌어들이는 것


- 유홍준, <우리 집에 와서 다 죽었다> 부분



행복은 ‘죽음 곁에서 능청스러워지는 것’이다.


각자도생(各自圖生)의 시대, 나만 살겠다고 몸부림치는 사람들 좀비가 된다. 이미 죽은 삶이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부끄럽지 않은 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