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자신을 속이지 마라
어른들은 누구나 처음에는 어린아이였다. 그러나 그것을 기억하는 어른은 별로 없다.
- 앙투안 드 생택쥐페리,『어린 왕자』에서
오랫동안 인문학을 강의하며 많은 것을 느꼈다. 공부가 빠른 사람과 늦은 사람, 왜 그럴까?
그 차이는 ‘자신을 속이는가? 자신에게 솔직한가?’에 달려있었다. 어떤 마음을 갖느냐에 의해 공부의 진전이 천양지차로 갈라졌다.
자신을 속이는 사람들을 잘 살펴보면, 본인도 자신을 속이는 것을 잘 모르는 경우가 많았다.
사람은 자신이 살아온 기억에 의해 정체성이 형성된다. 사실 인간은 자기 동일성을 갖는 정체성이 없다.
우리의 몸과 마음은 계속 바뀐다. 몸은 우리가 먹은 음식에 의해 만들어지고 만들어진 세포들은 몇 년 안에 다 교체된다.
우리는 태어나 죽는 게 아니라, 삶 자체가 삶과 죽음의 연속이다. 몸과 마음 전체가 계속 바뀌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지나간 삶을 기억하며 자신이 ‘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그런데 그 기억들에는 잊고 싶은 것들이 많다.
마음에 깊은 상처가 새겨진 경우다. 그럴 때 사람들은 그 기억들을 잊으려 한다. 하지만 그 기억들은 무의식 깊은 곳으로 스며든다.
본인도 모르는 무의식의 상처들, 그 상처들을 숨기려다 보니, 우리는 자신을 속이게 된다.
과거에 상처를 준 사람들은 무의식에 이미지로 남아 있다. 그러다 그런 사람의 이미지를 가진 사람을 만나게 되면, 본인도 모르게 싫어하게 된다.
그리고는 그런 사람을 싫어하는 이유를 만들어 낸다. 언뜻 보면, 합리적인 이유다. 그래서 본인도 속는다.
본인을 속이는 마음은 지혜롭지 못하다. 그런 마음으로 공부를 하면, 지식도 왜곡되고 지혜는 생겨나지 않는다.
이런 사람이 머리가 좋은 경우에는 ‘연극’은 잘 할 수 있다. 지식인인 척, 지혜가 많은 척 연극을 할 수 있다.
그런 사람들에게 본인에게 솔직하라고 하면, 강한 거부감을 일으킨다. 본인 스스로는 자신을 속이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본인을 속이는 것은 우리의 본성, 맑디맑은 큰 거울 같은 우리의 마음에 먹구름이 드리워지는 것과 같다.
우리의 타고난 통찰, 직관력이 먹구름 아래로 묻혀 버리는 것이다. 지식 공부는 학습으로 되지만, 지혜를 익히는 공부는 본인의 본성이 깨어나야 한다.
우리의 오래된 공부법에 ‘거경궁리(居敬窮理)’가 있다. 거경은 마음이 경(敬)에 거하는 것이다.
경은 경건함이다. 우리의 마음이 가장 고요할 때다. 세상 만물이 눈부시게 고귀하게 보일 때다.
우리는 이런 마음을 항상 지니고 살아야 한다. 아무리 과거의 상처가 크더라도 이런 마음을 찾으려 노력하면, 자신의 본성이 드러나게 된다.
이런 마음을 지니고 궁리(窮理)해야 한다. 삶의 이치를 찾아야 한다. 이런 마음은 맑디맑기에 세상 만물을 그대로 비춘다.
세상의 이치가 그대로 보인다. 자신의 삶과 세상사, 세상 만물이 훤히 보이게 된다.
어린 왕자는 말한다. “어른들은 누구나 처음에는 어린아이였다. 그러나 그것을 기억하는 어른은 별로 없다.”
‘어린아이’는 우리의 본성이다. 우리는 어린아이를 항상 기억해야 한다. 우리의 많은 기억들이 먹구름처럼 내면의 어린아이를 가리고 있다.
우리는 항상 마음을 고요히 하고 마음의 빛을 내면으로 향하게 해야 한다. 깊이 잠든 어린아이를 깨우기 위해.
인생은 축제일과 같은 것
하루하루를 일어나는 그대로 살아나가라
길을 걷는 어린아이가
바람이 불 때마다
온몸에 꽃잎을 받아들이듯
- 라이너 마리아 릴케, <인생> 부분
우리는 우리 안의 어린 왕자를 깨워야 한다. 어린 왕자가 우리의 삶을 살아가게 해야 한다.
우리의 삶은 나날이 축제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