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미래
어떤 양이 알지 못할 어디에선가 장미 한 송이를 먹었느냐 먹지 않았느냐에 따라 천지가 온통 달라지고 마니...... .
- 앙투안 드 생택쥐페리,『어린 왕자』에서
어린 왕자의 원초적 고향은 장미일 것이다. 자신에게 심술 궂게 대했던 장미, 어머니의 모습이다.
어린아이는 어머니를 숭고한 모습으로만 생각한다. 하지만 어머니도 인간이 아닌가?
아이를 돌보다 지치기도 하고 다른 일도 해야 하지 않는가? 하지만 아이의 심정은 어떨까?
바로 어린 왕자의 심정이다. “어머니는 계모야! 나는 어머니에게서 떠나고 말 거야!”
어린 왕자는 사막의 여우에게서 사랑을 배우고 자신의 별로 돌아가게 된다. 무사히 귀환한 ‘나’는 생각한다.
‘어떤 양이 알지 못할 어디에선가 장미 한 송이를 먹었느냐 먹지 않았느냐에 따라 천지가 온통 달라지고 마니...... .’
나도 어머니에 대한 깊은 상처가 있다. 어머니가 앓아 누워 계신 모습을 보며 학교에 간 적이 많다.
집에 도착할 무렵에는 겁이 났다. ‘어머니가 죽으면 어떡하나?’ 나이가 들어가며 평소에 건강하던 아내가 아프다고 할 때, 그때의 상처가 되살아난다.
어머니는 우리의 원초적인 고향이다. 아이는 어머니 품에 안겨 살아간다. 자궁에 있을 때처럼 먹고 잠만 자며 지낸다.
아기는 어머니와 자신을 구분하지 못한다. 오직 자신만 있다. 이 기억이 나중에는 천국의 이미지가 된다고 한다.
젖과 꿀이 흐르는 낙원, 그러다 아기는 아버지에 의해 낙원에서 추방된다. 이제 아기는 아버지의 명령을 따라 살아가야 한다.
어머니의 세계에서 마냥 즐거웠던 아기는 이제 아버지의 명령을 들으며 일을 해야 한다.
어머니의 세계는 아득한 그리움으로 남게 된다. 이 그리움의 노래가 문학이 되었다고 한다.
어머니의 세계에서 아버지의 세계로 무사히 들어가지 못한 아이는 정신분열증에 걸린다고 한다.
강압적인 아버지의 명령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정신은 자신을 영원한 아이로 머물게 할 것이다.
어린 왕자는 당당한 어른이 되어 고향의 별로 돌아갔다. 그는 이제 철없는 어린아이가 아니다.
양은 장미 한 송이를 먹지 않았을 것이다. 어린 왕자는 어릴 적 떠났던 장미 한 송이를 다시 만나 오래오래 행복하게 잘 살았을 것이다.
화나는 일도 짜증나는 일도
‘엄마’ 하고 부르면 다 풀린다
- 서정홍, <엄마> 부분
지구의 오지에 살고 있는 소수민족들의 삶을 보면, 흡사 어머니의 품에 안겨 살아가는 아이들 같다.
그들은 마냥 행복해 보인다. 그들의 얼굴은 언제나 해맑다. 그들은 인류의 오래된 미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