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과 고독 사이
“사람들은 어디에 있어? 사막에서는 조금 외롭구나... .” “사람들 속에서도 외롭기는 마찬가지야.” 뱀이 말했다.
- 앙투안 드 생택쥐페리,『어린 왕자』에서
그저께 공부 모임에서는 한 회원이 갑자기 울음을 터뜨렸다. 술을 마시며 공부를 하다 보니, 감정이 격해진 것이다.
취중진정발(醉中眞情發), 술에 취하면 사람의 속마음이 드러난다. 그녀는 평소에는 착실해 보였다.
하지만 그녀와 얘기를 나누다 보면, 그녀의 마음 깊은 곳에 ‘한(恨)’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어린 시절 언제가 큰 상처를 받았고, 그 상처 받은 내면의 아이가 그녀의 깊은 마음속에 자리를 잡고 있었을 것이다.
울고 있는 내면 아이를 안고 살아가는 사람은 술에 취해 이성이 약해지면, 갑자기 철없는 어린아이가 된다.
철없는 어린아이로 돌아간 다 큰 어른은 볼썽사납다. 울며 떼쓰는 어른이 어찌 귀엽겠는가?
울음을 터뜨렸던 그녀는 다른 회원들의 눈초리가 매웠는지 강의실 밖으로 뛰쳐나갔다.
다른 회원들이 뒤따라 갔다. 한참 후 되돌아온 그녀의 얼굴은 온통 눈물로 얼룩져 있었다.
이런 한 많은 회원들이 공부하러 많이 온다. 나는 그런 분들을 보면, 깊은 공감을 한다.
나는 오랫동안 술자리에서 자주 울음을 터뜨렸다. 아이처럼 우는 내 모습이 얼마나 꼴 사나웠을까?
하지만 나의 깊은 내면의 목소리는 말했다. ‘지금 울어야 해! 그렇지 않으면 너는 어린아이에서 헤어나지 못해!’
그런 꼴 사나운 모습을 공부 모임 회원들은 잘 받아 주었다. 그래서 나는 건강한 어른이 되어갔다.
그런 과정을 겪었기에 나 같은 모습을 보이는 회원들에게 깊은 공감을 하고, 그분들이 앞으로 가야 할 길을 안다.
그분들은 어린 왕자와 뱀의 대화에서 지혜를 얻어야 한다.
“사람들은 어디에 있어? 사막에서는 조금 외롭구나... .” “사람들 속에서도 외롭기는 마찬가지야.”
현대인은 다 외롭다. ‘개인(個人)’이 되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누구나 강한 조직이 있었다.
혈연과 지연, 학연으로 엮어진 강고한 조직들, 그 속에서 안정된 삶을 살아갈 수 있었다.
집단 속의 나, 아이처럼 살아도 되었다. 하지만 이제 그러한 조직들은 거의 다 사라졌다.
모래알 하나가 된 개인, 다른 모래알들과 늘 버석거리게 된다. 온몸은 상처투성이가 된다.
이 외로움을 견디지 못해 사람들은 다시 조직을 찾는다. 동창회, 온갖 동호회, 종교 단체들...... .
하지만 우리는 먼저 ‘어른’이 되어야 한다. 어른은 자신의 삶을 책임지고 개성(個性) 있게 살아가는 인간이다.
개성 있는 어른은 내면의 울고 있는 어린아이를 품는 인간이다. 자신의 외로움을 안고 고독하게 된 개인이다.
고독은 온몸으로 외로움을 안을 때 오는 정신적 성숙이다. 인간의 깊은 무의식에는 심층 심리학자 카를 융이 말하는 집단 무의식, ‘인류의 마음’이 있다.
우리가 자신들의 외로움을 다 품을 때, 우리는 깊은 내면의 인류의 마음에 가 닿게 된다.
그때 비로소 우리는 진정한 어른이 된다. 자신만 아는 ‘작은 나’에서 인류와 하나가 되는 ‘큰 나’가 된다.
큰 나가 된 개인들이 서로 여러 형태의 네트워크를 형성하게 될 때, 우리 사회 전체가 건강해진다.
외로움에 성실하지 못했던,
미안해 그게 실은 내 본심인가봐
- 김경미, <술을 많이 마신 다음 날은> 부분
‘술을 많이 마신 다음 날은’ 우리가 경건하게 자신을 되돌아보는 엄숙한 시간들이다.
부끄러운 자신의 가슴을 치며, 우리는 진정한 인간이 되어간다.
인간은 외로움에 성실하게 되어야 온전한 인간으로 거듭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