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누구인가?

by 고석근

나는 누구인가?


“자기가 길들인 것밖에는 알 수 없는 거야.” 여우가 말했다.


- 앙투안 드 생택쥐페리,『어린왕자』에서



우리는 자신이 길들인 것밖에 알 수 없다. 다른 세계는 전혀 상상할 수가 없다. 그럼 이렇게 살아도 될까?


고대의 철인 장자는 이런 사람을 ‘우물 안의 개구리’라고 말한다. 개구리가 된 인간은 계속 같은 말만 한다.


언어는 생각 그 자체이기에 언어가 바뀌지 않는 한, 우리의 생각은 전혀 바뀌지 않는다.


우리는 언어를 바꾸어야 한다. 새로운 언어를 익혀야 새로운 세계가 열리게 된다. 하지만 외국어를 익힌다고 해서 우물 안의 개구리를 벗어날 수는 없다.


다른 우물 속으로 들어가는 것뿐이다. 처음에는 새로운 세계 같지만 역시 우울 안일 뿐이다.


현대철학의 아버지 프리드리히 니체는 ‘힘에의 의지’로 살아가라고 했다. 우리에게는 깊은 내면에서 솟아올라오는 힘에의 의지가 있다.


이 힘에의 의지를 알려면 우리는 항상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살아가야 한다.


그러면 어느 날 내면의 소리가 들려올 것이다. 그 소리는 워낙 강렬해 따르지 않을 수가 없을 것이다.


나는 니체를 알기 전부터 이 내면의 소리를 들으며 인생의 고비에서 결단을 내린 적이 있다. 그때마다 다 잘 되었다.


‘행운이 따른다’는 말이 있다. 이 말은 힘에의 의지를 따른 삶을 일컫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나의 타고난 기질과 이 세상이 만나 형성된 어떤 상황, 이 상황에서 우리는 자신 안의 힘에의 의지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이럴 때 우리에게는 좋은 운이 따르게 된다. 이렇게 힘에의 의지를 따르며 살아갈 때, 우리는 하나의 큰 세계를 갖게 된다.


힘에의 의지는 어떤 언어로도 표현할 수 없다. 우리는 내면에서 솟아올라오는 어떤 불길에 휩싸일 뿐이다.

‘나는 기필코 이렇게 해야 해! 나는 죽어도 이 길을 가야만 해!’ 이 느낌이 언어가 될 때, 우리는 자신만의 언어를 갖게 된다.


이때 비로소 우리는 ‘나의 길’을 가게 된다. 많은 사람들이 잘 살아가다 길을 잃는다.


애초부터 자신의 길을 가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자신의 길을 가는 사람은 길을 잃지 않는다.


그의 내면에 있는 큰 등불이 앞길을 밝혀주기에, 그가 가야 할 길이 훤히 보이게 된다.


인간은 “나는 누구인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묻는 존재다 이 물음에 대한 대답은 우리 안에 있다.


인간에게 정해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우리 눈앞에 훤하게 보이는 이 세상은 우물 안일 뿐이다.


우물 안의 삶은 한 존재의 삶이 아니다. 그러한 삶은 우물의 신민(臣民)으로 살아가는 삶일 뿐이다.


인간은 생각하는 동물이기에 끊임없이 자신을 발명해가야 한다. 자신만의 세계를 창조해가야 한다.



건강한 아이를 낳든,

작은 정원을 가꾸든,

사회 환경을 개선하든,

세상을 조금이라도 더 좋은 곳으로 만들고 떠나는 것.


- 랄프 왈도 에머슨, <무엇이 성공인가> 부분



동물은 스스로 진화할 수 없다. 태어난 대로 살다가 죽어야 한다. 진화를 하려면, 대를 이어 긴 시간이 걸린다.


하지만 인간은 당대에 스스로 진화를 할 수 있다. 더 나은 자신으로 살다가 죽을 수 있다.


이것은 인간의 운명이다. 우리는 이 운명을 사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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