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존재를 위하여

by 고석근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존재를 위하여


“나는 내가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꽃을 가진 부자라고 생각했는데, 흔한 장미꽃 하나를 가졌을 뿐이야...... .” 어린 왕자는 풀밭에 엎드려 울었다.


- 앙투안 드 생택쥐페리,『어린 왕자』에서



왼쪽 다리의 무릎이 아파 걷기가 힘들었다. 할 수 없이 오래전에 몇 번 갔던 한의원에 갔다.


절뚝거리며 진료실에 들어갔다. 병원은 언제나 무섭다. 의사는 왼쪽 다리 무릎을 이리저리 만져보더니 며칠 동안 꾸준히 치료를 받으라고 했다.


‘며칠 동안 치료받으라고?’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잘 걷지도 못하는데 그렇게 빨리 나을까?’


안마기로 마사지를 하고 침을 맞고 주사를 맞고... . 계산을 한 후 계단을 간신히 내려왔다.


길을 가는 사람들의 다리만 보였다. 절뚝절뚝 걸어가는 노인들이 참으로 많았다. ‘나이가 들면 다들 다리가 아프구나!’


‘계속 이렇게 아프면 강의들을 어떻게 해야 하나?’ 별별 생각이 다 났다. 갑자기 ‘병든 노인’이 되어버렸다.

한의원에서 준 약을 먹고 파스를 붙였다. 온몸이 불편한 듯했다. 뒤척뒤척 잠을 이루지 못했다.


다음 날 아침, 절뚝거리며 걷는 남편이 불쌍해 보였는지 아내가 친구한테 얻은 거라며 일본 동전 파스를 무릎에 붙여주었다.


한의원에 가서 치료를 받았다. 하지만 전혀 차도가 보이지 않았다. ‘어떡하나?’ 오후에 간신히 자전거를 타고 강의를 갔다.


그런데 강의가 끝나고 계단을 내려올 때, 무릎이 아프지 않은 것 같았다. 집에 와서 앉았다 일어나 보았다.

거의 다 나은 것 같았다. ‘헉! 어떻게 이렇게 쉽게 나았지?’ 다음 날 오전에 한의원에 갔다.


며칠 동안 치료를 받으라고 했으니 마지막으로 가자는 생각이 들었다. 누워서 치료를 받는 게 지루했다.


사람의 마음이 이리도 간사하다. 불과 이틀 전만 해도, 무릎이 조금이라도 좋아졌으면 했는데, 다 나으니 금방 오만해졌다.


‘사람은 화장실 갈 때 하고 나올 때 다르다’라는 속담이 있다. 치료를 끝내고 계산을 하자 간호사가 물었다.

“내일은 몇 시로 예약할까요?” 난감했다. ‘이제 안 오려고 하는데, 뭐라고 해야 하나?’


몇만 원에 쉽게 치료한 무릎, ‘차라리 치료비라도 10만 원 이상 들었으면 덜 미안할 텐데.’ 하고 생각했다.

나는 “내일은 시간이 없어서요... .” 우물쭈물하며 “수고하세요!” 인사를 했다. 간호사도 알았다는 듯 웃음으로 화답을 했다..


의사(醫師), 간호사(看護師)의 사는 스승 사(師)자다. 스승에게 이렇게 말없이 나온다는 게 참 염치없다.


‘그렇다고 어떻게 해야 하나?’ 어린 왕자는 떠나온 별에서 보았던 장미가 이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다 어린 왕자는 지구별에서 그 꽃과 닮은 장미가 5천 송이나 피어 있는 것을 보고는 놀란다.


“나는 내가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꽃을 가진 부자라고 생각했는데, 흔한 장미꽃 하나를 가졌을 뿐이야...... .”

현대 사회에서는 모든 게 흔하다. 장미꽃도 흔하고 한의원도 흔하다. 우리는 너무나 흔한 관계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마음껏 뭉개고 갈고 짓누르다

이빨이 먼저 지쳐

마지못해 놓아준 껌.


- 김기택, <껌> 부분



시인은 길을 가다 ‘마음껏 뭉개고 갈고 짓누르다’ 길바닥에 퉤 뱉어버린 껌을 보았다.


껌은 끝까지 버텼던 것이다. 이빨이 먼저 지쳐 마지못해 놓아두었다.


시인은 이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껌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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