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회귀

by 고석근

영원회귀


어린 왕자가 말했다. “오늘 밤이면 꼭 1년이야. 내가 떨어졌던 바로 그 자리 위에 내 별이 나타날 거야...... .”

- 앙투안 드 생택쥐페리,『어린 왕자』에서



사람에게 가장 무서운 고문은 같은 행위를 계속 반복하게 하는 것이라고 한다. 현대인들의 삶이 그렇다.


단순 반복이다. 오늘이 어제와 같고 내일과 같다. 무의미한 반복, 끝이 보이지 않는다.


현대인들은 무의미한 반복에 진저리를 친다. 많은 사람들이 우울증에 걸리고 자살하게 된다.


어떻게 해야 할까? 이 헛된 무한한 반복, ‘영원회귀’를. 현대철학의 문을 연 프리드리히 니체는 영원회귀에서 구원의 가능성을 찾는다.


어릴 적 집에서 굿하는 것을 본 적이 있다. 무당이 부채를 부치며 춤을 출 때, 옆집 할머니가 소나무 가지를 잡고서 떨기 시작했다.


할머니는 손을 위아래로 마구 떨면서 차츰 몰아지경에 들어갔다. 아마 할머니는 손을 떨며 우주의 파동 속으로 들어간 게 아닐까?


우주의 파동과 하나가 된 할머니는 온몸으로 우주의 메시지를 읽을 수 있게 되었을 것이다.


반복이 주는 권태와 황홀, 그 차이는 무엇일까? 마음가짐이 기준일 것이다. 마음을 정갈하게 하고 반복적인 행위를 하면, 황홀경으로 들어가게 될 것이다.


하지만, 반복적인 행위에 대한 거부감을 갖게 되면, 반복은 무서운 고문이 되어 버린다.


우리의 삶이 그렇다. 무한한 반복적인 행위에 지친다. 스스로 기계가 되어 하루하루를 견디게 된다.


마라톤 경기를 보고 있으면 경이로움을 느끼게 된다. 단순 반복의 걸음걸이가 황홀로 바뀌는 기적이 일어난다.


선수들은 한 걸음 한 걸음 경건하게 달린다. 이 반복적인 행위가 선수들을 황홀경에 젖게 한다.


그러면 왜 똑같이 반복적인 행위를 하는 현대인들의 얼굴엔 낭패감이 짙게 배어 있을까?


온몸으로 자신의 행위를 받아들이지 않아서 그렇다. 니체는 현대인을 뱀이 목구멍 속으로 들어간 양치기에 비유한다.


뱀은 영원회귀의 상징이다. 뱀은 계속 허물을 벗으며 다시 태어난다. 죽고 태어나고... 무한한 반복이다.


이 영원회귀에 질식된 양치기에게 니체는 고함을 지른다. “뱀의 대가리를 물어뜯어라! 물어뜯어라!”


양치기는 뱀의 대가리를 덥석 물었다! 뱀의 대가리를 저 멀리 뱉어 버렸다. 이제 양치기는 변화한 자, 빛에 둘러싸인 자로서 웃었다.


양치기는 영원회귀에 질식되어 죽지 않고 웃는 자가 된 것이다. 영원회귀는 인간의 구원이 된 것이다.


어린 왕자가 말했다. “오늘 밤이면 꼭 1년이야. 내가 떨어졌던 바로 그 자리 위에 내 별이 나타날 거야...... .”

어린 왕자는 꼭 1년 만에 자신의 별로 되돌아갔다. 1년은 원이다. 영원회귀다. 어린 왕자는 언제나 ‘지금 여기에 있는 존재’다.


우리 안의 영혼이다. 영원회귀의 천지자연이다. 우리의 내면에서 어린 왕자가 깨어날 때, 우리는 영원회귀, 영원의 세계로 들어간다.



잊어라 잊어라

죽음의 문명을


어느 날 구름 한 점씩

새로이 피어나는 날들을 위하여


- 최승자, <20세기의 무덤 앞에> 부분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 시대는 ‘죽음의 문명’이다. 그래서 죽음에서 아무것도 피어나지 않는다.


우리는 이 시대를 잊어야 한다. 어느 날, 우리는 다시 태어날 것이다. 구름 한 점으로... .


keyword
작가의 이전글우리는 모두 친구가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