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일 없는 사람
“저 사람들은 아주 바쁘군요.” 어린 왕자가 말했다. “그들은 뭘 찾고 있죠?” “기간사조차도 모른단다.” 전철수가 말했다.
- 앙투안 드 생택쥐페리,『어린 왕자』에서
중국 드라마 ‘사마의’를 보고 있다. 매일 밤 약육강식의 슬픈 인간 세상을 보고 있다.
한나라가 몰락하는 시기, 천하의 영웅들이 할거한다. 조조, 유비, 손권... 겁이 많고 신중한 사마의는 어떻게 해야 할까?
그는 살아남는 게 목표다. 그는 평범한 삶을 원한다. 하지만 세상이 그를 그냥 두지 않는다.
궁하면 통하는 법이다. 그의 잠재력이 차츰 드러나기 시작한다. 뛰어난 전략가, 그는 괴물이 되어간다.
그는 위왕 조조의 아들 조비의 책사가 된다. 조비를 세자가 되게 하고 왕좌에 오르게 한다.
하지만 그의 자리는 늘 불안하다. 권력은 나눠 갖지 못하니까. 그는 끝내 조조의 후예들을 물리치고 최고의 권좌에 오른 후 눈을 감는다.
그의 일생은 현대인에게 좋은 자기계발서가 될 것이다. ‘끝내 이기리라’ 하지만, 이겨서 남는 게 뭔가?
그는 눈을 감을 때, 지나간 삶이 너무나 허망했을 것이다. ‘도대체 왜 그렇게 바쁘게 산 거야?’
어린 왕자는 지구별에 와서 놀란다. “저 사람들은 아주 바쁘군요.” “그들은 뭘 찾고 있죠?” 전철수가 말했다. “기간사조차도 모른단다.”
인간은 수만 년 전에 지구의 최고 포식자가 되었다. 수만 년이면 생명의 세계에서 보면 아주 짧은 기간이다.
아직 인간은 최고 포식자인 자신이 어색하다. 늘 불안한 눈동자를 굴리며 두리번거린다.
동물의 왕들을 보자. 사자, 호랑이, 표범... 얼마나 기품이 있는가? 그들의 걸음걸이는 왕답게 의젓하다.
왕은 바빠야 할 이유가 없다. 잠자고 싶을 때 잠자고 먹고 싶을 때 먹으면 된다. 한없는 여유, 왕만이 가질 수 있는 미덕이다.
인간이 왕답게 산 시기는 구석기시대일 것이다. 그때는 부족사회를 이루고 살았다. 하나의 가족이 되어 오순도순 살았다.
먹을 게 지천으로 널려 있었다. 아직 맹수들이 두려웠지만, 인간은 수백 명, 수천 명이 뭉칠 수 있기에, 그들과 평화롭게 살아갈 수 있었다.
그러다 철기시대가 되면서, 인간 세상은 아수라장이 되었다. 철기를 가진 부족이 다른 부족을 점령하기 위한 정복 전쟁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부족사회들이 통합되면서 대제국이 생겨났다. 중국의 진나라는 중국 최초의 대제국이다.
진이 무너지고 한나라가 건국되고 한나라가 무너지기 시작하면서, 위촉오의 삼국시대가 열린 것이다.
참혹한 철기시대에 성현들이 대거 등장했다. 그들은 한결같이 다른 사람에 대한 사랑을 가르쳤다.
인간이 지구별의 왕이 된 것은, 서로 뭉쳤기 때문이다. 인간은 지금 진화 중이다. 부족사회의 인간에서 지구촌의 인간으로.
부족사회가 하나의 가족이었듯이, 지구촌이 하나의 가족이 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인간은 다시 원숭이로 퇴행하든지 멸종하고 말 것이다.
중국 드라마 ‘사마의’는 우리에게 묻고 있다. “사마의가 성공한 삶입니까? 우리가 이렇게 살아야 합니까? ”
중국의 뛰어난 선승, 조주 선사는 말했다. “아무리 좋은 일이라도 일 없는 것보다는 못하다.”
많은 할 일 없는 사람들이 일을 찾고 있다. 우리는 알아야 한다. 할 일 없는 사람이 바로 최고의 포식자다운 인간이라는 것을.
인간은
바다와 같은 깊이를 안고 있기에 침묵할 줄 알고
땅과 같은 무게를 짊어지고 있기에 소리칠 줄 알고
하늘과 같은 높이를 갖고 있기에 노래 부를 줄 안다
- 마하트마 간디, <침묵과 소리와 노래> 부분
바다, 땅, 하늘에 생명체들이 살고 있다. 인간은 이들의 왕이다. 이들 모두를 가슴에 품고 있다.
인간의 마음은 이렇게 넓다. 시인은 온전한 인간의 마음을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