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서 보면 인생은 희극이다

by 고석근

멀리서 보면 인생은 희극이다


“그런데...... 넌 거기서 뭘 하고 있니?” 그러나 그 애는 무슨 중대한 일이나 되는 것처럼 아주 나직하게 같은 말만 되풀이했다. “저기...... 양 한 마리만 그려 줘...... .”


- 앙투안 드 생택쥐페리,『어린 왕자』에서



사하라 사막에 불시착한 내 앞에 홀연히 나타난 어린 왕자, 그 애는 무슨 중대한 일이나 되는 것처럼 아주 나직하게 같은 말만 되풀이했다.


“저기...... 양 한 마리만 그려 줘...... .”


어린 왕자는 자신을 괴롭히는 장미꽃을 피해 지구별로 도망을 왔다. 장미꽃에 대한 미움이 “저기...... 양 한 마리만 그려 줘...... .”로 표현되었을 것이다.


식물의 잎을 마구 먹어 버리는 양, 어린 왕자는 무의식중에 장미꽃잎을 마구 먹어 버리는 양을 생각했을 것이다.


만일 어린 왕자가 장미꽃에 대한 미움을 말로 표현하지 않았으면 어떻게 되었을까?


우리의 진짜 마음은 무의식에 있다. 우리는 자신의 무의식을 속이지 말아야 한다. 솔직하게 무의식의 마음을 드러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무의식에 어두운 그림자가 생겨 이 그림자가 우리를 조종하게 된다.


우리는 자신 안의 그림자의 꼭두각시가 되고 만다. 자신도 모르게 나쁜 행동을 하게 된다.


이 무의식의 그림자를 밖으로 드러내야 한다. 말로 하거나 글로 쓰거나 몸짓으로 표현해야 한다.


밖으로 드러내면, 자신과 거리가 생기기 시작한다. 차츰 멀리서 보게 된다. 하나의 풍경이 된다.


풍경은 다 아름답다. 20세기 최고의 희극 배우 찰리 체플린은 말했다.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다.”


알아차림 명상은 자신을 하나의 풍경으로 보게 하는 방법이다. 자신의 마음을 고요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우리는 하나의 풍경이 된다.


우리가 감정에 휩싸일 때는 전 우주가 요동을 친다. 이 세상이 한꺼번에 무너져 내릴 것만 같다.


하지만 마음을 고요히 하고, 자신을 보게 되면, 차츰 우주가 안정을 되찾고 고요한 풍경이 된다.


양 한 마리만 그려달라는 어린 왕자의 부탁을 받은 나는 상자 하나를 그려준다. 어린 왕자는 상자 안에 있는 양을 본다.


상자 안의 양, 장미꽃을 해치지 않을 것이다. 어린 왕자가 가끔 풀만 주면 될 것이다.


인간의 구원은 과거에서 온다. 우리는 과거를 재구성해야 한다. 어린 왕자는 뱀을 만나고 여우를 만나며 성숙해 간다.


자신에게 상처를 준 장미가 실은 자신을 사랑했음을 알게 된다. 그는 1년 만에 자신의 별로 돌아가게 된다.

‘나’라는 존재, 있으면서도 없다. 분명히 여기 이렇게 있지만, 물질인 육체는 허상이다.


우리의 감각에 의해 우리 자신이 육체로 지각되지만, 육체의 실체는 에너지장이다. 우리는 에너지장이기에 무한한 율동이다.


우리 안의 모든 어두운 마음을 다 표현하고 나면, 우리는 공기처럼 가벼워진다. 천 개의 바람이 된다.


술보다 독한 게 인생이라고?

뽕짝 같은 소리 하고 앉아 있네

술이나 쳐

또 봄이잖니


- 함성호, <벚꽃 된 술잔> 부분



‘술이나 쳐’ 술은 음양이 함께 있는 음식이다. 마실 때는 물이지만, 차츰 불로 타오르는 술.


‘또 봄이잖니’ 우리는 ‘벚꽃 된 술잔’을 기울이며, 천지자연의 일원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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