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태(變態)’를 위하여

by 고석근

‘변태(變態)’를 위하여


어린 왕자가 말했다. “사막은 좀 외롭구나...... .” 뱀이 말했다. “사람들이 사는 곳도 역시 외롭지.”


- 앙투안 드 생택쥐페리,『어린 왕자』에서



가끔 ‘관음증(觀淫症)’에 관한 얘기를 듣는다. 촘촘하게 서 있는 아파트들, 서로의 내실이 훤히 보인다.


다른 사람들의 지극히 사적인 풍경이 눈에 들어왔을 때, 우리는 호기심을 갖고 보게 될 것이다.


호기심은 모든 생명체들의 생존 본능일 것이다. 하지만 그런 풍경 앞에서 성욕을 느껴 한참 보게 된다면, 그건 병증일 것이다.


인간은 어떤 장면을 보는 것만으로도 음란해질 수 있다. 인간만이 갖고 있는 상상력 때문이다.


그래서 이 상상력이 음란으로 흐르게 되면, 우리는 변태, 이상한 인간으로 변할 수 있다.


변태는 다른 몸으로 바뀌는 것이다. 애벌레가 나방이 되는 것, 얼마나 멋진 변태인가?


평범한 인간에서 비범한 인간으로 바뀌는 것도 멋진 변태다. 반면에 인간은 더 낮은 존재로 바뀔 수도 있다.

인간에게는 ‘나’라는 의식, 자의식이 있기에 온갖 ‘자기중심적인 상상’에 빠질 수 있다.


인간(人間)은 ‘사람(人)들 사이(間)에 있는 존재’인데, 자의식이 있어, 자신이 홀로 존재한다는 착각을 한다.

홀로 있는 존재, 외톨이가 되면 인간은 이상한 존재로 바뀔 수 있다. 개인으로 살아가는 현대 사회에서 ‘변태적인 인간’이 엄청나게 많은 이유다.


외톨이가 된 인간은 항상 다른 사람에 대한 간절한 그리움이 있다. ‘그대가 곁에 있어도 그대가 그립다.’


그 간절한 그리움이 이상한 호기심으로 바뀌고, 그 이상한 호기심에 마음이 고착되게 되면 이상한 변태가 되는 것이다.


어린 왕자도 외로움에 빠지게 된다. “사막은 좀 외롭구나...... .” 외톨이는 이렇게 말해야 한다.


인간은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해야 한다. 외톨이가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지 않을 때, 무서운 변신을 하게 된다.


다른 사람들에게 달려가게 된다. ‘외로워 같이 죽자!’ 곳곳에서 묻지마 범행이 일어나게 된다.


하지만 외톨이가 외로운 마음을 표현하게 되면, 더이상 외롭지 않게 된다. 말하고 듣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감정이 가라앉은 마음은 잔잔한 호수처럼 평화롭다. 이때 뱀(지혜)의 소리가 들려온다.


“사람들이 사는 곳도 역시 외롭지.” 외로운 세상, 다른 사람들에 대한 사랑이 깊은 마음속에서 솟아올라온다.

우리는 이 사랑의 힘으로 살아가야 한다. 홀로와 함께, 현대인이 살아가야 할 삶의 방식이다.


이렇게 살아가야 우리는 아름다운 변태를 할 수 있다. 나날이 더 나은 나를 향해 나아갈 수 있게 된다.



오늘은 가슴 아픈 싯귀도 뜨지 않고

쓰러진 그의 모습도 다시 떠오르지 않는다.

어제까진 세상일이 내게 억울했지만

오늘은 그렇지도 저렇지도 않다.

계절은 여름들꽃을 피우다 이침 몇 시간을 쉬고

여름 독종 쐐기 몇 마리도 변태 도중에 잠시 쉬었다.


- 신현득, <백지> 부분



삼라만상은 늘 변태 중이다. 매 순간 백지상태다.


모두 온 힘을 다하여 다 나은 자신을 만들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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