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와의 화해
네 머리칼은 금빛이야. 그래서 내가 나를 길들인다면 정말 놀라운 일이 일어날 거야. 밀은, 금빛이어서, 너를 생각나게 할 거야. 그래서 나는 밀밭에 스치는 바람 소리를 사랑하게 될 거고...... .
- 앙투안 드 생택쥐페리,『어린 왕자』에서
어릴 적 술주정을 하는 친정아버지에 대한 기억으로 술을 싫어하는 중년 여인이 있다.
그녀의 술에 대한 강한 거부감, 어떤 문제점이 있을까? 그녀는 스스로 자신의 감성을 많이 억압하게 될 것이다.
‘술 취한 아버지가 되면 안 돼!’ 동양에서는 인간의 마음을 기본적으로 ‘정(情)’으로 본다.
인간의 마음을 이성과 감성으로 나눠보는 서양과 다르다. 인간의 마음이 이렇게 나눠질까?
나는 동양에서 보듯이 인간의 마음은 감성이라고 생각한다. 이성은 감성이 풍부할 때, 활발해지는 마음의 작용이라고 생각한다.
이성은 감성과 다른 마음이 아닌 것이다. 술에 대한 거부감으로 감성이 메마르게 된 그녀, 이성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을까?
‘수학적인 이성’은 계발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인간의 이성은 그런 수학적 이성에 한정되지 않는다.
인간의 이성은 직관, 통찰까지 포함한다. 감성이 메마르게 되면, 직관력과 통찰력은 깨어나지 않게 된다.
인간의 타고난 마음, 본성(本性)에는 사랑과 지혜의 빛이 있다. 성숙한 인간은 이 본성이 깨어 있는 사람이다.
따라서 그녀가 성숙한 인간이 되려면, 아버지와 화해를 해야 한다. 신화학자 조셉 켐밸은 인간이 ‘자기실현(自己實現)’으로 가는 과정에는 3단계가 있다고 말한다.
첫째는 ‘신성한 혼인’이다. 자신의 아니마, 아니무스와 화해하는 것이다. 전래동화에서는 남녀의 만남이 항상 해피엔딩으로 끝난다. ‘신성한 혼인’의 상징이다.
두 번째 단계는 아버지와의 화해다. 마지막 세 번째 단계는 우리 자신에 대해 완전히 눈을 뜨는 것이다.
우리가 찾고 있는 것이 우리 자신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어, 우리는 온전한 인간이 되는 것이다.
그녀가 성숙한 인간이 되기 위해서는 술주정하는 아버지로 인해 억압되어 있는 자신의 아니무스(내면의 남성)와 화해를 해야 한다.
깊은 내면의 ‘부정적인 아버지’는 다른 남성들에게 투사된다. 특히 남편에게 투사되어 원만한 부부생활이 힘들게 된다.
그녀는 친정아버지를 한 남자로 볼 수 있어야 한다. 술주정을 할 수밖에 없는 그의 삶을 볼 수 있어야 한다.
그를 이해하게 될 때, 그녀는 자신의 깊은 내면에서 잠자고 있는 아니무스와 화해하게 된다.
그녀가 친정아버지를 온전히 받아들일 때, 자신의 영혼, 자기(自己)를 가리고 있던 검은 먹구름이 걷혀진다.
그녀의 영혼이 태양처럼 빛나게 된다. 비로소 그녀는 사랑으로 가득 찬 눈부신 이 세상을 보게 될 것이다.
‘네 머리칼은 금빛이야. 그래서 내가 나를 길들인다면 정말 놀라운 일이 일어날 거야. 밀은, 금빛이어서, 너를 생각나게 할 거야. 그래서 나는 밀밭에 스치는 바람 소리를 사랑하게 될 거고...... .’
빛은
해에게서만 오는 것이 아니었다
지금이라도
그대 손을 잡으면 거기 따스한 체온이 있듯
우리들 마음속에 살아있는
사랑의 빛을 나는 안다
- 문정희, <체온의 시> 부분
삶이 실타래처럼 엉켜 있을 때, ‘지금이라도/ 그대 손을 잡으면’ 된다.
우리 몸 안에는 늘 사랑의 빛이 가득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