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놀이하는 존재다

by 고석근

인간은 놀이하는 존재다


아주 재미있는 일인데, 재미있으니까 정말 유익한 것이지.


- 앙투안 드 생택쥐페리,『어린 왕자』에서



한 초등학생 어머니가 말했다. “우리 아이가 딱지놀이를 아주 잘 해요. 자기네 반에서 최고래요. 그런데 항상 잃기만 하던 아이들한테 따돌림을 당하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그 어머니는 아이에게 충고해 주었다고 한다. “가끔 잃어주기도 해.” 그 아이는 이제 다른 아이들과 잘 놀게 되었다고 한다.


높이 올라간 공은 내려오게 되어 있다. 달도 차면 기울어진다. 활짝 핀 꽃은 조만간 져야 한다.


땅바닥으로 떨어지지 않으려면, 최고의 높이에 올라가지 말아야 한다. 자신을 낮춰야 자리가 보전된다.


원시인들은 남보다 월등히 잘난 사람들을 그냥 두지 않았다. 사냥을 잘하는 사람을 왕따시켰다.


부자는 잔치를 자주 열어 가난하게 되어야 했다. 특별히 잘난 사람이 없는 세상에서는 모두 잘난 사람이 된다.


앞으로는 잘난 사람 한 명이 수십만 명을 먹여 살리는 인공지능시대가 온다는데 어떻게 해야 할까?


어린 왕자는 가로등 켜는 사람을 보고 생각한다. ‘아주 재미있는 일인데, 재미있으니까 정말 유익한 것이지.’

인공지능시대를 맞아 우리는 모두 재미있는 일을 해야 한다. 최근에 한 대학생에게 왜 ‘먹방’을 보냐고 물어보았다.


그 대학생은 말했다. “먹방 보는 동안에는 아무런 생각을 하지 않아도 돼요.” ‘그렇구나! 사는 게 힘드니 아무런 생각을 하고 싶지 않구나!’


‘인간은 놀이하는 존재(하이징거)’다. 인공지능시대의 창의력도 놀이하는 인간에게서 나올 것이다.


일 중독이 되어 살아가야 하는 대한민국에서 먹방이 나왔다. 사람들은 쉬고 싶은 것이다. 놀고 싶은 것이다.

나는 초등학교 시절 수업을 하다 교무실로 자주 불려 갔다. “기성회비를 아직 안 냈지? 지금 집에 가서 언제 낼 수 있는지 부모님께 물어봐.”


나는 뙤약볕 아래 신작로를 걸어가며 나중에 어른이 되면 반드시 과학자가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어린 내가 학교에서 쫓겨나 집으로 터덜터덜 걸어가며 진짜 원한 건 무엇이었을까?


다른 아이들과 노는 것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함께 놀지 못하니 잘난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이다.


지금 많은 사람들이 돈을 향해 질주한다. 그런데 그들은 정말 돈이 좋아서 그렇게 달려가고 있을까?


진짜 하고 싶은 것은 다른 사람들과 신나게 노는 것일 것이다. 함께 놀 수 없으니 다른 사람들보다 잘나야겠다는 생각을 하는 것이다.


‘재미있는 일이야말로 정말 유익하다.’ 우리는 열심히 일하며 유익한 일을 했다고 생각한다.


왜? 돈을 벌었으니까. 왜 돈을 버는 거야? 돈이 있으면 재미있는 것을 할 수 있으니까.


자본주의 세상에서는 돈이 있으면 ‘주인’이 된다. 마트나 백화점에 돈을 갖고 가면, 점원들이 왕 대접을 해준다.


하지만 돈을 다 쓰고 나면, 다시 왕이 되기 위해 열심히 일을 해야 한다. 노예가 되어야 한다.


돈으로 주인이 되는 삶은 허무하다. 허무하니 허무감을 잊으려 술을 마시고 마약을 한다.


이러한 허망한 삶의 출구는 뭘까? 프랑스의 작가 알베르 카뮈는 ‘시지프의 신화’에서 부조리한 삶을 그대로 받아들이라고 말한다.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을, 몸짓을 온전히 받아들이면 어떻게 될까? 깊은 내면에서 희열이 올라오게 된다.


우리가 내면에서 솟아올라오는 희열을 알게 되면, 우리는 서서히 새로운 재미있는 삶을 발견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외진 별정 우체국에

무엇인가를 놓고 온 것 같다.

어느 삭막한 간이역에 누군가를

버리고 온 것 같다.


- 신경림, <떠도는 자의 노래> 부분



우리는 지금 떠돌고 있다.


우리는 다시는 되찾을 수 없는 것들을 잃어버렸다. 그 잃어버린 것들은 우리들 사이를 마구 나뒹굴고 있다.

그 사이에는 늘 휑하니 바람이 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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