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히 여성적인 것이 인류를 구원한다
“아! 신민이 하나 오는도다.” 왕은 어린 왕자를 보고 소리쳤다. 어린왕자는 의아스럽게 생각했다. “한 번도 나를 본 적이 없는데 어떻게 알아보지!” 왕들에게는 세계가 아주 단순하게 되어 있다는 것을 어린 왕자는 몰랐던 것이다. 왕에게는 모든 사람이 다 신민이다.
- 앙투안 드 생택쥐페리,『어린왕자』에서
한 복지사에게서 여고 시절에 성폭행 당한 한 여성의 기구한 삶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그녀는 결혼을 하고서도 그때의 상처를 잊지 못해 결혼 생활이 원만하지 않았다고 한다.
부부의 갈등이 깊어지며 급기야 부부 싸움이 폭력적이 되고 이혼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가부장 사회에서는 성폭행이 단순한 신체의 폭행이 아니라 영혼의 폭행이 되어 버린다.
가부장 사회에서는 남성이 여성을 소유로 본다. 남성은 여성을 소유하기 위해 ‘순결 이데올로기’를 만들어 냈다.
여성이 성적으로 순결해야 확실한 ‘나의 여성’이 되니까. 나의 여성이 되어야 ‘나의 자식’을 낳게 되니까.
나의 자식이 있어야 가부장의 권위가 노후까지 유지되니까. 가부장 사회는 농업혁명과 함께 형성되었다.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는 농업혁명을 ‘인류의 희대의 사기극’이라고 말했다. 농업혁명이 일어나면 인간의 삶의 질이 좋아져야 하는데, 오히려 떨어졌다는 것이다.
가장 치명적인 것은 남녀 불평등의 시작일 것이다. 농업혁명이 일어나면, 남성의 힘이 중요해진다.
육체적으로 강한 남성은 여성에 비해 힘든 농사와 농사짓기 좋은 땅을 빼앗고 지키는 전쟁에서 훨씬 유리했다.
남녀가 평등하게 살아가던 원시 부족사회는 차츰 강한 왕국으로 발전해 갔다. 남성은 절대적인 권력을 지니고 국가와 가정을 통치했다.
‘왕들에게는 세계가 아주 단순하게 되어 있다... 왕에게는 모든 사람이 다 신민이다.’
얼마나 많은 여성이 한 많은 삶을 살다 갔을까? 사실 성폭행은 육체에 가한 단순한 폭행이다.
그런데 가부장 사회의 성폭행은 남성의 지배 이데올로기에 의해 여성의 영혼까지 피폐해지게 된다.
오래전에 TV에서 구성애 성교육 강사의 강의를 들은 적이 있다. 가부장 사회의 이데올로기의 장막을 찢어 버린 강한 여성이었다.
그녀는 성폭행의 아픔을 딛고, 다른 여성의 아픔을 보듬으며 새로운 세상을 열어가고 있었다.
가부장 사회가 되면서 남녀 모두 인간성을 잃어버렸다. 남성은 내면의 여성성을 상실하고 ‘강한 남성’이 되어갔다.
강한 남성은 다른 사람들, 다른 사물들과 공감할 줄을 모르는 괴물이다. 그의 가슴에는 늘 모래바람이 분다.
남녀 모두 여성성을 회복해야 한다. 여성성은 근원적인 생명성이다. 괴테는 “영원히 여성적인 것이 인류를 구원한다”고 말했다.
여식 보아라 말하건대
모름지기 여성은 남성과 다르니
네 몸 잘 보존하거라.
- 천양희, <여식(女息) 보아라 -아버지의 옛 편지> 부분
오랫동안 아버지의 사랑이 이 땅의 딸들을 가부장 사회의 여성으로 길들였다.
얼마나 슬픈 일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