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를 넘어서

by 고석근

언어를 넘어서


자기가 길들인 것밖에는 알 수 없는 거야. (...) 너는 말을 하지 마. 말은 오해의 근원이야.


- 앙투안 드 생택쥐페리,『어린왕자』에서



인문학 강의를 하다 보면, 많은 질문을 받게 된다. “시어머님이 힘들다. 남편이 힘들다. 자녀가 힘들다. 직장의 동료들이 힘들다... 어떻게 해야 하는가?”


오랫동안 질문을 받으며, 보편적인 답을 찾게 되었다. 우선 그런 문제에 부닥치게 되면, 그 생각을 내려놓아야 한다.


잊어버리고 살아야 한다. 내면에서 답이 들려올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그러면 우리 내면의 무의식에서 답을 찾게 된다.


어느 날, 답이 들려온다. 의식적으로 답을 찾으려 하면 머리만 복잡하다. 머리가 무거워 지치게 된다.


우리는 살아오면서 길들인 것밖에 모르기 때문이다. 길들인 것들은 의식세계에 있는데, 의식세계에는 지식이 있을 뿐 지혜가 없다.


우리의 생각은 언어에 불과하다. 생각한다는 것은 자신과 말을 주고받는 것이다. 우리는 말을 하지 말아야 한다.


말은 오해의 근원이기 때문이다. 생각, 말 이런 것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세계는 알지 못한다.


우리가 일상에서 부닥치는 문제는 보이지 않는 세계다. 사람의 진정한 마음은 무의식에 있기에 의식적으로 생각해서는 답을 찾을 수가 없다.


양명학의 창시자 왕양명은 우리 안에 ‘양지(良知)’가 있다고 한다. 양지는 ‘잘 알 수 있는 마음’이다.


우리는 이 마음에 문제를 비춰 보아야 한다. 그러면 양지는 그 문제를 그대로 보여준다.


그대로 비친 문제는 그 안에 답을 품고 있다. 답이 어느 날 문득 의식세계로 솟아올라온다.


상담 기법도 크게 보면 이런 방법이다. 상담가는 내담자의 말을 듣기만 한다. 내담자는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으며, 스스로 깊은 내면에서 들려오는 답을 듣게 된다.


요즘 많은 사람들이 심리 상담을 받고 있다. 사람들이 살기 힘든 건, 물신(物神)을 숭배하며 영혼이 상처를 받기 때문이다.


살아가다 어떤 문제에 부닥치게 되면, 그 문제를 잊어버리기, 답을 기다리기, 답을 기다리는 동안 우리는 늘 깨어 있게 된다.


깨어 있는 사람은 무술의 고수와 같다. 오감이 다 열려있어, 어디서 적이 공격을 해 와도 대비할 수 있다.


이렇게 살아가면, 처음에는 힘들다. 깨어 있는 게 힘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단 습관이 들면 쉬워진다.


머리는 늘 비어 있어 상쾌하다. 몸은 가벼워진다. 사는 게 경쾌해진다. 우리의 삶이 무겁고 힘든 것은 우리가 언어의 감옥에 갇혀 있기 때문이다.


언어는 늘 우리의 머릿속에서 와글거린다. 살아가면서 겪게 되는 온갖 희로애락이 언어의 형태로 머리에 들어오기 때문이다.


삶이 바뀌려면 언어가 바뀌어야 한다. 내면에서 솟아올라오는 언어는 나만의 언어다.


나만의 언어는 새로운 언어다. 새로운 언어는 새로운 삶의 방식을 창안해낸다. 기존의 모든 고통에서 해방된다.



그대가 갈 길을 표시해놓은 사람은

아무도 없다


- 울라브 하우게, <그대의 길> 부분



우리는 각자 자신의 길을 찾아가야 한다. 우리는 모두 각자의 좁은 길을 가야 한다.


등불은 우리의 깊은 내면에 있다. 마음을 고요히 하면 깊은 내면에서 희미한 빛이 올라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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