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고석근 Feb 02. 2024

마음 다스리기   

 마음 다스리기     


 보스, 남자는 좀 미쳐야 해요 안 그러면 밧줄을 끊고 자유로워질 수 없어요.     


 니코스 카잔차키스그리스인 조르바에서           



 우리는 살아가면서 경험한다. ‘아, 세상사 다 마음먹기에 달렸구나!’ 그런데 그 마음이란 게 마구 날뛴다.      


 고삐 풀린 소다. 선불교에는 선(禪)의 수행단계를 소와 동자에 비유하여 도해한 십우도(十牛圖)가 있다.     


 열 가지 소 그림으로 마음공부의 단계를 나타내는 것이다. 첫 번째 그림은 마음을 찾아 나서는 그림이다.     


 마구 날뛰는 마음이 주는 고통을 견디기 힘들어 마음을 찾게 되는 것이다. ‘도대체 이 마음들은 어디에 있는 거야?’     


 하지만 아무리 찾아도 마음은 보이지 않는다. 두 번째 그림에서 동자가 소 발자국을 발견한다.     


 드디어 마음의 흔적을 찾은 것이다. 동자는 그 흔적을 따라가다 결국에는 소를 찾게 된다.     


 인간의 본래의 마음, 본성(本性)을 발견한 것이다. 불교에서는 이것을 ‘견성(見性)’이라고 한다.     


 이때 인간은 자신을 극복하게 된다. 더 큰 자신을 예감하게 되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자아(Ego)가 자신의 전부인 줄 알았는데, 진정한 자기(Self)를 찾은 것이다.     


 이때 우리는 우리의 깊은 내면에서 비춰오는 빛을 보게 된다. 그 빛이 차츰 환해질 것이다.     


 니체가 말하는 초인은 이 빛의 광휘에 휩싸인 사람을 말한다. 그는 태양이 된 사람이다.     


 스스로 불타오르는 존재, 생명의 에너지가 뿜어나오는 존재, 우주의 생명 그 자체인 존재다.        


 그다음부터의 그림은 이 과정을 표현한 것이다. 소를 길들이고, 소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고, 소를 잊어버리고, 세상이 그대로 보인다.      


 이렇게 부처가 되고 나면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까? 세상 속으로 내려가게 된다. 고통받는 중생과 함께 살아가는 것이다.     


 마음 다스리기는 이처럼 본성을 찾아가는 과정이 된다. 우리는 마음을 다스리려고 하지 말아야 한다.     


 희로애락(喜怒哀樂)의 감정을 억지로 억누르게 되면, 그 마음들은 마음 깊은 곳으로 숨어 버린다.     


 어둠 깊이 들어간 마음은 고여있게 된다. 차츰 썩게 된다. 언제고 악취를 내뿜으며 밖으로 흘러나오게 된다.     

 우리는 자신 안에 악마가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악마는 없다. 악마는 타락한 천사다.     


 우리는 감정이 파도처럼 일어날 때, 고요히 있어야 한다. 마구 날뛰는 소가 서서히 안정을 찾을 때까지.     


 그러면 소는 공기처럼 고요해진다. 우리 자신과 하나가 된 소, 이 마음을 자주 만나야 한다.     


 바다처럼 고요한 마음을. 가끔 파도치는 마음을 바라보아야 한다. 이것을 장자는 좌망(坐忘)이라고 했다.         

 이때 마음은 가난해진다. 자아가 죽고 자기가 깨어나게 된다. 마음에 든 것이 너무나 많은 보스에게 조르바가 말한다.       


 “보스, 남자는 좀 미쳐야 해요 안 그러면 밧줄을 끊고 자유로워질 수 없어요.”      



 나의 마음은 고요한 물결

 바람이 불어도 흔들리고

 구름이 지나도 그림자 지는 곳


 - 김광섭, <마음> 부분       



 우리는 시인처럼 마음을 알고 있으면 된다.     


 그러면 마음은 늘 우리와 함께 있다.      


 몸과 하나가 되어 잘 살아가게 된다. 






작가의 이전글 고독하게 살아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