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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석근 Feb 01. 2024

고독하게 살아라   

 고독하게 살아라       


 안 믿지요. 아무것도 안 믿어요. 몇 번이나 얘기해야 알아 듣겠소? 나는 아무도, 아무것도 믿지 않아요. 오직 조르바만 믿지. 조르바가 딴 것들보다 나아서가 아니오. 나을 거라고는 눈곱만큼도 없어요. 조르바 역시 딴 놈들과 마찬가지로 짐승이오! 그러나 내가 조르바를 믿는 건, 내가 아는 것 중에서 아직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게 조르바뿐이기 때문이오.     


 니코스 카잔차키스그리스인 조르바에서           



 한때 여러 종교를 배회하고 다녔다. 늦은 나이에 간신히 대학에 들어가고 나니 맥이 풀렸나 보다.     


 너무나 목이 말랐다. ‘어딘가에는 오아시스가 있을 거야.’ 교회, 사찰 등 여기저기 기웃거렸다.     


 하지만 생명수는 찾지 못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아찔하다. ‘사이비 종교에 빠졌으면 어떡할 뻔했어?’     


 가끔 사이비 전도자들을 만난다. 그들의 표정은 한결같이 굳어 있다. 굳어 있는 표정, 외로움의 징표다.     


 현대인은 누구나 외롭다. 현대의 삶이 다른 사람을 별로 필요로 하지 않기 때문이다.     


 혼자서 일할 수 있고, 혼자서 놀 수 있다. 그래서 사회적 동물로 타고난 인간은 외롭다.     


 외로운 인간은 다른 사람을 찾아 나선다. 만나도 여전히 외롭다. ‘나에게 사랑이 필요해!’     


 ‘나를 강하게 잡아 줘!’ 마조히스트(피학증 환자)가 되어 사디스트(가학증 환자)를 찾게 된다.         


 외로운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과 병적인 관계를 맺고서야 외로움을 멈춘다. 이 세상 전체가 사이비 종교다.     

 사이비 종교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외로운 인간에서 고독한 인간으로 변태를 해야 한다.     


 땅 위를 고물고물 기어 다니는 애벌레에서 창공으로 날아오르는 나비로 변신해야 한다.        


 외로움이 올 때, 온몸으로 외로움을 맞이해야 한다 그러면 몸이 딱딱하게 굳어진다. 


 번데기가 된다. 캄캄한 자신을 견뎌야 한다. 차츰 기력을 회복하여 온 힘을 다해 자신의 살갗을 뚫고 밖으로 나와야 한다.      


 혼자의 힘으로 날개를 펴고 허공으로 날아갈 수 있을 때, 자신과 이 세상이 훤히 보이게 된다.       


 천상천하유아독존! 오직 이 세상에 나만 고귀하게 있다! 견성(見性)이다. 이 세상의 본질을 보게 되는 것이다.     


 조르바는 나비가 된 인간이다. 


 ‘나는 아무도, 아무것도 믿지 않아요. 오직 조르바만 믿지. (...) 내가 조르바를 믿는 건, 내가 아는 것 중에서 아직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게 조르바뿐이기 때문이오.’      


 오직 나만 믿는 사람은 진정으로 이 세상을 사랑한다. 이 세상이 다 나이기 때문이다.      


 고독한 인간은 홀로 살아가면서 동시에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인간이다.      



 내가 얼마나 더 외로워져야 

 그대를 안을 수 있나         


 내가 얼마나 더 외로워져야 

 그대 사랑을 내 것이라 할 수 있나     


 - 유안진, <내가 얼마나 더 외로워져야> 부분            



 우리는 홀로 견뎌야 한다.     


 외로움이 익어 고독이 될 때까지.     


 그때 비로소, 그대를 안을 수 있고 그대 사랑이 내 것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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