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 없는 세상’을 향하여

by 고석근

‘권력 없는 세상’을 향하여


인간이 열망해야 할 유일한 권력은 스스로에게 행사하는 권력이다. - 엘리 위젤



드라마 ‘이방원’의 주인공 이방원은 그의 맏형 이방우와 칼부림을 한다.


충(忠)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이방우에게는 고려의 왕들을 폐위시키고 권력을 잡아가는 이방원이 역적으로 보이고, 권력의 중심에 들어선 이방원으로서는 살기 위해 권력을 놓을 수 없기에 두 사람은 서로의 적이 되어버렸다.


사람은 누구나 선하게 살고 싶어 한다. 인간에게는 다른 동물에게 없는 공감이라는 게 있어, 남의 기쁨과 고통을 함께 느끼기 때문이다.


하지만 커가면서 선하게만 살 수 없는 여러 상황에 부닥친다.


이 세상은 촘촘한 권력의 망으로 짜여 있어, 최소한의 생존을 위해서도 권력을 가져야 하기 때문이다.


권력을 가지면 가진 만큼 명예와 재물이 들어오지만, 그 권력을 잃어버리면 하루아침에 모두 잃고 낭떠러지로 떨어지게 된다.


그래서 ‘권력의 망’ 안으로 발을 내딛는 순간부터, 처음에 가졌던 순수한 정의감은 서서히 사라지고 우리는 모두 권력 투쟁의 투사로 바뀌어가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프랑스의 정치인류학자 피에르 클라스트르는 그의 저서 ‘국가에 대항하는 사회’에서 말한다.


‘추장의 책무는 집단 내부의 평화와 조화를 유지하는 것이다. 또한 추장은 그가 지니고 있지 않고 또 인정되지도 않을 힘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의 위신과 공평함, 말솜씨를 가지고 싸움을 달래고 불평을 가라앉혀야 한다. 추장은 재판관이라기보다는 타협점을 찾는 중재자이다.〔......〕어떤 인디언 부족에서는 추장을 쉽게 알아볼 수 있다. 왜냐하면 추장은 다른 누구보다도 소유물이 적고 가장 초라한 장식물만을 지닌 사람이기 때문이다. 나머지는 모두 선물로 줘버리고 없는 것이다. 추장의 소유물에 대한 이러한 비상한 관심과 더불어 인디언들은 추장의 말에 높은 가치를 부여한다.’


인디언 사회에는 왕(국가)이 등장하지 않았다. 작은 부족사회를 유지했다. 부족사회의 지도자 추장에게는 권력과 재력을 주지 않았다. 오로지 명예만 주었다. 우리 가정의 어머니 같은 존재였다.


수천만 명의 인디언들이 큰 제국으로 나아가지 않고, 작은 아름다운 공동체 부족사회를 이루며 살아갔기에 그들은 인간의 고귀한 품성을 지닐 수 있었다.


인디언들의 삶에 관한 글을 읽으면 가슴에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린다. ‘아, 인간이 이렇게 아름답게 살 수 있구나!’


석기 시대의 원시인들은 수천 년 동안 인디언들의 부족사회 같은 지상낙원을 이루며 살았다.


그러다 철기 시대가 등장하며 전 세계는 철기를 가진 부족이 다른 부족을 지배하고 착취하기 시작했다. 절대 권력을 지닌 왕(황제)이 등장하고, 다른 사람들의 노동에 기생하는 귀족들이 등장했다.


지금도 지구 곳곳에는 권력 없는 아름다운 공동체 사회를 이루고 사는 소수 민족들이 있다. 그들의 마음은 무한히 아름답지 않은가?


인간은 삶의 고통으로 힘든 게 아니다. 부당하게 당하는 고통 때문에 힘들다. 우리 사회에는 하늘을 나는 새도 떨어뜨리는 권력을 가진 세력들이 있다.


그들의 존재 앞에서 우리의 인생은 고(苦)다. 그러다보니 우리는 부당한 대우를 받기 싫어 권력투쟁의 장으로 들어가야 한다. 세상은 아비규환의 생지옥이 된다.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한다. ‘인간이 열망해야 할 유일한 권력은 스스로에게 행사하는 권력이다.’ 스스로를 지배하는 자야말로 진정한 강자다.



희망찬 사람은

그 자신이 희망이다


길 찾는 사람은

그 자신이 새 길이다


참 좋은 사람은

그 자신이 이미 좋은 세상이다


- 박노해,《사람만이 희망이다》부분



우리 모두 권력 없는 세상을 꿈꾸어야 한다. 우리는 가정에서 권력이 작동하지 않을 때, ‘가정은 지상에서 미리 누리는 천국(로버트 브라우닝)’이라는 것을 안다.


이런 가정의 원리가 왜 인간 사회 전체에 적용될 수 없는가?


인간 세상은 인간이 만들어가는 것이다. 우리 모두가 꿈을 꾸면 우리의 꿈은 현실이 된다. ‘사람만이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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