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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석근 Feb 17. 2024

용과 마주하기   

 용과 마주하기     


 내가 뭘 먹고 싶고 갖고 싶으면 어떻게 하는 줄 아십니까? 목구멍이 미어지도록 처넣어 다시는 그놈의 생각이 안 나도록 해버려요. 그러면 말만 들어도 구역질이 나는 겁니다. (...) 나는 구원을 받은 겁니다.     


 니코스 카잔차키스그리스인 조르바          



 공부 모임에 처음 온 분들이 가끔 하는 얘기, “공부를 괜히 시작했어요. 잘살고 있었는데요.”       


 그렇게 갈등하다 많은 회원이 공부를 그만두게 된다. 그러면 나는 그분들에게 말해준다.     


 “공부는 꼭 하셔야 해요. 다른 공부 모임에도 가 보셔요. 자신에게 맞는 모임이 있을 거예요.”     


 인간만이 공부한다. ‘호모 사피엔스(생각하는 인간)’의 숙명이다. 올바른 생각을 하기 위해서는 한평생 공부를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인간답게 살아가지 못한다. 세상이 길들인 꼭두각시로 살아가게 된다.       


 꼭두각시의 삶이 습성이 되면 자신의 삶이 편안하다고 착각하게 된다. 행복하다고까지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우리의 무의식은 안다. 사는 게 공허하고 항상 불안감을 느끼게 된다. 나중에는 이 불안감마저 잘 의식하지 못하게 된다.     


 무관심, 프랑스의 철학자 알베르 카뮈가 말하는 ‘이방인’이 된다. 세상에 무심하고 자신에게조차 무심하게 된다.     


 하지만 이 무심은 겉으로 보기에만 그렇다. 마음 깊은 곳에서는 억누른 감정이 항상 소용돌이를 친다.     


 그러다 어느 날, 밖으로 뛰쳐나올 수 있다. 눈을 찌르는 강한 햇살을 견디지 못하게 권총의 방아쇠를 당기게 된다.     


 사람을 죽이고도 무심한 냉혈한이 된다. 우리는 자신이 마주하는 감정에 솔직해야 한다.      


 여우처럼 자신을 속이지 말아야 한다. 포도가 먹고 싶으면 먹고 싶다고 인정해야 한다.      


 포도를 따 먹으려고 높이 높이 뛰지만 결국 실패했을 때, 우리는 자신의 패배를 인정하기 싫다.     


 “저 포도 시었어!” 하는 게 마음이 편할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자신을 속인 감정은 어디에 가지 않는다.     


 자신의 마음속에 꼭꼭 숨는다. 이 숨긴 마음으로 살아가게 되면, 이 숨김 마음이 들킬까 봐 다시 자신의 감정들을 숨기게 된다.     


 이렇게 하여 우리는 거짓의 삶을 살아가게 된다. 거짓의 삶을 살다가 자신의 솔직한 감정을 직면했을 때, 누

구나 피하고 싶어진다.     


 공부는 자신의 진짜 마음을 만나는 것이다. 마음속에서 큰 싸움이 일어난다. 이 싸움을 조지프 캠벨은 ‘용과의 싸움’이라고 말한다.      


 용은 우리 안의 나약함이다. 우리가 마주하기 싫은 마음이다. 인간답게 살려면, 용을 이겨야 한다.     


 이 싸움에서 승리하려면, 먼저 용의 얼굴을 정면으로 마주해야 한다. 용은 우리 안의 두려움이기에 밖에 있는 실체가 아니다.     


 조르바의 말에 귀를 기울여 보자.     


 “내가 뭘 먹고 싶고 갖고 싶으면 어떻게 하는 줄 아십니까? 목구멍이 미어지도록 처넣어 다시는 그놈의 생각이 안 나도록 해버려요. 그러면 말만 들어도 구역질이 나는 겁니다. (...) 나는 구원을 받은 겁니다.”      


 그렇다. 용과 당당하게 결투를 하는 것이다. 자신을 믿고 끝까지 가 보는 것이다. 우리는 길의 끝에서 용을 완전히 제압한 자신을 만나게 될 것이다.          



 오오, 열려있는 창문 너머 저쪽 

 저것은 아몬드 나무 

 불꽃 같은 꽃을 달고 있다 

 이제 다투는 일을 그만두기로 하자     


 - D.H 로렌스, <봄날의 아침> 부분          



 우리가 싸워야 할 유일한 적은 우리 마음속의 두려움, 용이다.     


 우리가 용과 싸우지 않으면, 용은 삼라만상의 얼굴로 우리 앞에 나타난다. 삼라만상이 다 적이 된다.     


 시인은 봄날의 아침, 아몬드 나무를 본다. ‘불꽃 같은 꽃을 달고 있다.’     


 우리도 시인처럼 투명하게 삼라만상을 볼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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