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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석근 Feb 26. 2024

영원회귀   

 영원회귀     


 돋보기로 태양열을 한곳에 모으면 거기에 불이 붙듯이 우리도 한곳에 집중시킬 수 있다면 기적을 일으킬 수 있을 거야.     


 니코스 카잔차키스그리스인 조르바에서          



 현대 철학의 문을 연 프리드리히 니체는 호숫가를 산책하다 ‘영원회귀’를 깨닫게 되었다고 한다.     


 영원회귀, 모든 것은 영원히 되돌아온다. 맞을까? 우리 문명인은 이 사상을 이해하기가 힘들다.     


 우리 문명인의 시간관은 직선이다. 화살처럼 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시간은 언제나 쏜살같이 날아간다.      


 한 번 건너간 강물에는 다시는 발을 담글 수 없지 않겠는가? 하지만 또 달리 생각해 보면 모든 것은 되돌아온다.     


 2월이다. 겨울이 가고 봄이 오고 있다. 작년과 똑같지 않은가? 앞으로도 이 계절의 순환은 수없이 이 반복될 것이다.     


 니체는 이러한 자연의 이치를 말한 것일까? 너무나 뻔한 자연의 이치를 영원회귀라고 거창하게 말했을까?     

 하지만 정말 작년에 갔던 봄이 되돌아왔는가? 자세히 보면, 작년의 봄과 올해의 봄은 전혀 다르다.     


 겉으로 보기에는 같지만, 실제 모습은 전혀 다르다. 이것이 니체가 말한 영원회귀일까?      


 니체는 이 세상을 ‘생성(生成)’으로 보았다. 현대 양자물리학에서 보는 우주관이다. 이 세상의 실체는 에너지의 영원한 율동이다.     


 고대 그리스의 철인 헤라클레이토스가 만물의 근원은 불이라고 한 것과 같은 관점이다.     


 불처럼 항상 피어오르는 세상, 이 세상의 실제 모습이다. 이 세상이 정지해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착각이다.     

 우리는 삼라만상을 고정된 무언가로 본다. 태양, 달, 산, 하늘, 건물.... 다들 항상 같은 모습이 아닌가?     


 언어 때문이다. 산이라는 말을 자꾸 하다 보면, 산이라는 고정불변의 산이 있는 것 같다.     


 언어가 주는 환각이다. 하지만 언어를 벗어나 말간 눈으로 보면, 이 세상은 언제나 불처럼 타오르고 있다.     


 니체가 말한 영원회귀는 이러한 세상의 실제 모습을 말한 것이다. 영원히 타오르는 불, 영원회귀다.     


 원시인들은 불처럼 타오르는 삶을 살았다. 그들은 인간의 삶과 신의 삶이 일치하는 삶을 살았다.      


 자신들은 유한한 인간이면서 동시에 영원한 신이었다. 신화는 유한과 무한을 하나로 연결해주었다.     


 단군신화는 우리의 유한한 삶을 영원한 단군 후손의 삶이 되게 했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이 신화를 단지 허구로 알기에 이렇게 생각하지 않을 뿐이다.     


 신화는 오랫동안 인류에게 ‘실재(實在)’였다. 그러다 문명화되면서 우리는 신화를 믿지 않게 되었다.     


 그래서 우리는 이제 유한한 삶을 살아가게 되었다. 유한한 삶, 인간이 버틸 수 있을까?            


 ‘한바탕 꿈인 인생’은 인간에게 재앙이다. 니체는 그렇지 않다는 것을 발견했다. ‘인생은 영원한 것이다.’     


 인생은 단 한 번뿐인가? 영원히 되돌아오는 것인가? 이것은 우리가 가장 마음이 고요할 때, 인간 태초의 마음이 될 때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돋보기로 태양열을 한곳에 모으면 거기에 불이 붙듯이 우리도 한곳에 집중시킬 수 있다면 기적을 일으킬 수 있을 거야.’     


 영원회귀는 우리가 조르바처럼 아이가 되어야 이해할 수 있는 사상일 것이다. ‘지금, 이 순간’은 과거, 현재, 미래가 하나인 영원이다!     



 살아온 마디만큼 응시가 깊어지고 

 당신을 그리워할 때가 되면 

 그때가 세상은 봄이다 


 - 김신영, <그때가 세상은 봄이다> 부분     



 우리도 시인처럼 ‘당신을 그리워할 때’가 있다.     


 그때 우리는 영원이 된다.      


 그때 세상은 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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