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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석근 Feb 27. 2024

너 자신을 속이지 말라   

 너 자신을 속이지 말라      


 자기 자신 안에 행복의 근원을 갖지 않은 자에게 화 있을진저!     


 니코스 카잔차키스그리스인 조르바에서          



 공부 모임에서 한 회원이 ㅎ 백화점에서 명품 스카프를 샀다고 했다. “반액 할인하는 것을 줄을 서서 샀어요.”     


 그녀는 내게 물었다. “어떻게 하면 좋죠?” 그녀는 속으로 생각할 것이다. ‘인문학을 공부하면서 세일하는 명품을 줄을 서서 사다니!’       


 우리는 머리로는 다 안다. 명품에 빠지는 소비의 허위의식을. 하지만 우리가 절제할 수 있을까?     


 실제의 삶에서 써먹지 못하는 공부는 엉터리다. 삶 따로 공부 따로. 우리가 익힌 공부법이다.     


 우리는 근대철학의 아버지 르네 데카르트의 철학의 자장 속에 있다. 그는 말했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생각하는 인간, 맞는가? 그런데 왜 우리는 ‘생각’으로 소비의 허위의식을 극복하지 못하는가?      


 현대철학은 데카르트의 철학을 넘어서며 등장했다. ‘인간은 의식(생각)이 아니라 무의식의 존재다.’       


 우리가 알 수 없는 우리 안의 무의식, 그 무의식이 우리의 진짜 마음이라는 것이다.     


 명품 스카프를 사는 마음을 ‘무의식의 눈’으로 보아야 한다. 의식적 차원에서 보면 전혀 해결되지 않는다.     


 의식은 무의식의 꼭두각시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아무리 명품을 사려는 마음을 억제하려 해도 헛수고가 되고 만다.     


 우리는 모든 것을 무의식에 맡겨야 한다. 노자는 이것을 ‘무위(無爲)’라고 했다. ‘하지 말라!’     


 그는 우리에게 가르쳐준다. “하지 않으면 하지 못할 것이 없다. (무위이무불위, 無爲而無不爲)”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가? 나는 그녀에게 명품 스카프를 샀던 마음을 글로 표현해보라고 했다.      


 글로 그 마음을 다 드러내면, 우리 안의 무의식이 깨어난다. ‘임금님 귀가 당나귀 귀’라는 것을 알게 된 사람은 병이 난다.     


 어떻게 해야 하는가? 다 드러내면 된다. 그가 대나무밭에 가서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소리치자 병이 낫는다.     


 우리의 무의식은 우리의 진짜 마음이다. 그 무의식을 우리는 억누른다. 억누르고 있는 마음을 풀어줘야 한다.     

 그러면 우리의 진짜 마음이 깨어난다. 이 진짜 마음, 무의식은 우리가 원하는 것을 다 이루게 한다.     


 그냥 두면(무위), 하지 못할 것이 없다(무불위). 이 세상은 저절로 돌아간다. 우리가 자신만 속이지 않으면 우리는 멋지게 살아갈 수 있다.     


 명품을 소비하고 싶은 마음은 가짜 마음이다. 하지만 이 가짜 마음에 우리는 당한다.          


 우리가 생각으로 무언가를 하려 하기 때문이다. 이 세상이 주입한 이 생각들을 풀어줘야 한다.     


 다 드러내야 한다. 그런데 다 드러내기가 쉽지 않다. 하지 않으려 하면, 그 마음에 얽매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마음을 표현하는 연습을 꾸준히 해야 한다. 아이가 되어야 한다. 아이들은 마음에 맺힌 것을 다 풀어 버린다.     



 희망은 한 마리 새

 영혼 위에 걸터앉아

 가사 없는 곡조를 노래하며

 그칠 줄을 모른다.     


  - 에밀리 디킨슨, <희망은 한 마리 새> 부분           



 우리는 한 마리 새처럼 가벼워야 한다.      


 애쓰지 말아야 한다.     


 영혼 위에 걸터앉아 태평하게 살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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