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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석근 Feb 29. 2024

광기 예찬   

 광기 예찬      


 사람이라면 약간의 광기가 필요해요. 그렇지 않으면, 감히 자신을 묶는 밧줄을 잘라내 자유로워질 엄두를 내지 못하니까.     


 니코스 카잔차키스그리스인 조르바에서          



 프랑스의 철학자 미셸 푸코는 말했다. “화가와 시인들의 기발한 착상은 광기의 완곡한 표현이다.”     


 그는 동성애자였다고 한다. 그는 대학 시절에 지도 교수를 찾아가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얘기했다고 한다.     


 그의 고민을 들은 지도 교수는 그에게 동성애를 연구해보라고 과제를 내주었다고 한다.     


 그는 동성애를 연구하며, 동성애가 어떤 나라(고대 그리스의 아테네)에서는 찬미 되기도 하고, 어느 정도 용인된 나라도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그는 정상과 비정상이 한 시대가 규정한 허상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광기의 역사’ 등 불후의 명저들을 남기에 되었다.      


 우리는 반 고흐의 역작 ‘별이 빛나는 밤에’를 보며 경탄한다. 그의 그림 앞에서 우리도 ‘별이 빛나는 밤에’로 들어가게 된다.     


 광기가 피어나는 시간이다. 우리 안에는 이성(理性)에 의해 전혀 길들지 않은 순수한 야성이 있다.      


 이 야성이 드러나는 순간, 우리는 자신도 모르게 그 야성의 세계로 빠져들어 가게 된다.     


 강고한 이성의 틀 안에서 살아가는 우리는 시인과 화가를 통해 광기의 세계를 간접적으로 만난다.     


 인간에게 광기의 세계가 없으면, 숨이 막혀 살지 못할 것이다. 나는 언젠가부터 광기를 사랑하게 되었다.     


 살아가다 절벽 앞에 서게 될 때, 내 안에서 광기가 반짝 눈을 뜨고 고개를 들며 일어났다.       


 분명히 이성적인 판단으로는 안 되는 것 같은데, 내 안의 광기가 하라는 대로 했을 때, 다 잘 되었다.     


 그래서 나는 아주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할 때, 광기가 솟아 올라올 때까지 기다린다.     


 그저께 고등학교 동창 ㅈ과 ㄱ을 만나 술잔을 나눴다. 술은 자연스레 나를 광기의 세계로 이끌어갔다.     


 갑자기 내 앞에 펼쳐진 환각의 세계, 나는 옆 테이블의 손님들에게 다가가 대화를 나누게 되었다.        


 처음 본 얼굴들이 너무나 정겹다. 현실이면서 꿈인 세상, 얼마나 신나는가! 나비가 되어 허공을 훨훨 날아다녀도 전혀 두렵지 않은 세상.     


 그러다 인간으로 다시 돌아와 술잔을 기울이고, 입에서 마구 흘러나오는 말들이 허공을 날아다니는 신비로운 세상.     


 오랫동안 공무원을 하다 퇴직했다는 분은 공부 모임에 오기로 약속했다. 명함을 받아 전화번호를 핸드폰에 저장했다.     


 술집을 나와 혼자 집으로 가는 길, 구름 위를 걷는 듯하다. 갑자기 생각나는 사람, 전화를 했다.     


 스마트폰을 발명한 스티브 잡스는 불교의 경전 화엄경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한다.     


 ‘일즉다다즉일(一卽多多卽一), 손바닥에 있는 자그마한 핸드폰에 모든 게 다 들어있다.’      


 나는 핸드폰을 들고 길을 걷는다. 소우주가 되어 걸어간다. 한 사람의 목소리가 내 귀에 속삭인다.           



 나는 하늘 아래서 걸었다. 시신(詩神)이여 나는 그대의 친구가 되리라.   

 오! 라! 라! 얼마나 황홀한 사랑을 꿈꾸었는가, 내가 지닌 단 한 벌의 짧은 바지에는 큰 구멍이 나고   

 작은 꼬마 몽상가. 나는 길을 가며 음률의 씨를 뿌린다.     


 - 아르튀르 랭보, <나의 방황-환상> 부분  



 시인은 하늘 아래를 걸으며 시신(詩神)을 만나 그의 친구가 된다.     


 땅과 하늘을 하나로 연결한다.     


 길을 가며 음률의 씨를 뿌린다. 수많은 세계가 꽃으로 피어났다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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