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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석근 Mar 03. 2024

나는 왕이로소이다  

 나는 왕이로소이다     


 “분명히 해둡시다. 나한테 강요하면 그때는 끝장이에요. 이런 문제에서만큼은, 당신은 내가 인간이라는 걸 인정해야 한다 이겁니다.” “인간이라니, 무슨 뜻이지요?” “자유라는 거지!”     


 니코스 카잔차키스그리스인 조르바에서          



 TV 드라마 ‘위대한 세기’를 보고 있다. 16세기의 오스만 제국을 다룬 대하 서사극이다.     


 10대 술탄인 쉴레이만 1세와 그의 노예 출신 황후, 휘렘 술탄의 사랑과 일대기를 담고 있다.      


 쉴레이만 1세는 오스만 제국의 최전성기의 황제다. 그 많은 영토를 통치하려면, 얼마나 힘들까?     


 그는 항상 고뇌한다. 잠시도 쉬지 못한다. 그의 얼굴은 언제나 무표정하다. 흡사 철가면 같다.     


 대제국의 황제는 저렇게 살아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며 한순간에 그의 자리가 날아가고 말 것이다.     


 ‘황제가 다 무슨 소용이야? 마음 편안하게 사는 게 최고지!’ 정말 그럴까? 평범한 우리는 정말 마음 편하게 살아가고 있는 걸까?      


 크게 보면, 한 나라의 통치술과 한 개인의 수양론은 같다. 왜? 인간도 하나의 소우주이기 때문이다.     


 한 개인은 티끌처럼 작은 것 같지만, 한 개인 안에는 우주가 다 들어 있다. 각자 하나의 세계다.      


 우리는 모두 각자의 왕이다. 우리는 각자 자신을 다스려야 한다. 자신을 제대로 다스리지 못하면, 삶은 파탄에 이르게 된다.     


 하지만 우리는 자신이 파탄에 이르러도 그냥 넘어간다. 세상 사람들도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다.     


 하지만 내가 이 세상의 전부가 아닌가? 한 나라가 망하는 것보다 자신이 망하는 것이 더 크게 다가오지 않는가?     


 자신을 티끌처럼 하찮게 여긴다면, 자신이 망해도 ‘티끌 하나인데 뭐’ 하고 그냥 넘어갈 것이다.     


 하지만 진정으로 자신을 소중히 여긴다면, 한평생 대제국의 황제처럼 살아가야 할 것이다.     


 내 마음, 내 몸, 얼마나 신비로운가! 이 거룩한 나를 다스려야 한다니! 인간은 모두 천상천하유아독존(天上天下唯我獨尊)의 존재다.     


 지금은 왕이 없는 민주주의(民主主義) 시대다. 모든 민(民)이 주(主)가 되어야 하는 시대다.      


 우리는 한시도 편안하게 살 수가 없다. 조금이라도 편안하게 살려고 하면, 가차 없이 보복이 온다.     


 나폴레옹 황제는 말했다. “불행은 언젠가 잘못 보낸 시간의 보복이다.” 황제로 살아본 사람만이 깨달을 수 있는 삶의 지혜일 것이다.     


 불행, 고뇌, 우울, 권태... 모두 잘못 보낸 시간의 보복일 것이다. 나폴레옹은 힘든 삶을 살았지만, 극치의 삶의 환희를 맛보았을 것이다.     


 이 시대의 아이콘 조르바는 한시도 방심하지 않는다. 항상 성성하게 깨어 있다. 그는 ‘자유인(自由人)’이다.        

 “분명히 해둡시다. 나한테 강요하면 그때는 끝장이에요. (...) 당신은 내가 인간이라는 걸 인정해야 한다 이겁니다.” “인간이라니, 무슨 뜻이지요?” “자유라는 거지!”     


 자유(自由), 자신의 삶(自)이 자신에게서 나오는(由) 것을 말한다. 자신의 삶을 스스로 발명해가는 삶이다.     

 정말 인생을 제대로 살아가면, 죽음은 축복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편안해도 되니까. 푹 자도 되니까.        


 그대는 황제, 홀로 살으라. 

 자유의 길을 가라, 

 자유로운 지혜가 그대를 이끄는 곳으로 

 사랑스런 사색의 열매들을 완성시켜 가면서 

 고귀한 그대 행위의 보상을 요구하지 마라     


  - 알렉산드르 푸쉬킨, <시인에게> 부분 



 우리는 자신이 하는 일에 보상을 받으려 한다.     


 노예의식이다.     


 황제는 보상을 요구하지 않는다. 오로지 삶 그 자체만 있을 뿐이다. 바람 같은, 나무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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