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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석근 Mar 07. 2024

습관을 넘어서   

 습관을 넘어서     


 나는 등잔불을 끄고 침대에 누웠다. 그리고 언제나처럼 나의 나쁜 습관에 따라, 또다시 현실로부터 피와 살과 뼈를 다 제거하여 현실을 추상 개념으로 바꾼 뒤, ‘이미 일어난 일들은 일어날 수밖에 없는 필연성에 의해 일어난 것’이라는 끔찍한 결론에 도달할 때까지 그 개념들을 아주 보편적인 법칙과 연결시킴으로써 현실에서 도망쳤다.      


 니코스 카잔차키스그리스인 조르바에서          



 우리는 일상의 삶에서 습관적으로 살아간다. 습관이란 참으로 편리하다. 무의식중에 의식주 문제가 해결된다.     


 매 순간, 깊이 생각하고 판단하며 살아간다면 우리는 이내 지치고 말 것이다. 하지만, 습관이 우리 삶 전체를 지배해버리면 심각한 일이 벌어진다.     


 습관은 나의 존재를 망각하게 한다. 이 세상에서 살아가는 경이로움을 잊어버리게 한다.     


 습관적으로 살아가면, 나라는 존재가 나의 몸뚱이만큼 작아진다. 이 세상의 티끌 하나가 된다.     


 나밖에 모르는 인간이 된다. 나밖에 모르는 인간은 이기주의자가 된다. 그런데 이 세상에 나의 이익이 따로 있는가?     


 나의 이익은 다른 사람, 다른 사물들과 깊이 연관되어 있다. 따라서 나의 이익을 추구한다고 해서 나의 이익이 얻어지지는 않는다.     


 소탐대실(小貪大失)이 된다. 이익을 중심에 놓고 살아가는 현대인은 항상 이익을 찾아가는 것 같은데, 뒤돌아보면 너무나 큰 것을 잃어버리게 된다.     


 이기주의자들은 자신의 본성(本性)을 잃어버리기에 정신질환을 앓게 된다. 현대인들은 다 아프다.     


 단지 통증을 별로 느끼지 못할 뿐이다. 다들 습관적으로 깔깔거리며 살아가기에 행복한 것 같다.     


 독일의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는 이러한 병증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존재자와 존재를 선명하게 구분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존재자, 사람과 사물은 개체로 존재한다. 하지만 그들은 하나로 어우러져 존재한다.      


 독립된 개체는 없다. 그런데 서양 철학은 개체들이 ‘실체’로 존재한다고 주장해 왔다.      


 이러한 철학에 따라 우리는 자신이 홀로 존재한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하지만, 삼라만상은 홀로이면서 함께 존재한다.     


 습관적으로 살아가면, 홀로라는 환상에 빠지게 된다. 자신도 모르게 이기주의자가 되어 남을 해치며 살아가게 된다.     


 우리는 늘 깨어 있어야 한다. 자신의 일상의 삶을 알아차릴 때, 우리는 존재를 자각하게 된다.     


 자신과 이 세상을 존재하게 하는 커다란 힘, 존재의 신비를 체험하게 된다. ‘나이면서 너’인 찬란한 세상을.     

 프랑스 철학자 펠릭스 라베송은 ‘습관은 의지적 운동을 본능적 운동으로 변형하는 것’이라고 했다.     


 습관은 제2의 천성, 운명이 된다. 우리는 ‘삶의 의지’를 회복해야 한다. 자신의 삶을 창조해가야 한다.     


 카잔차키스는 습관의 무서움을 자각한다.     


 ‘나는 등잔불을 끄고 침대에 누웠다. 그리고 언제나처럼 나의 나쁜 습관에 따라, 또다시 현실로부터 피와 살과 뼈를 다 제거하여 현실을 추상 개념으로 (...) 현실에서 도망쳤다.’       


 머리로 살아가는 사람은 항상 현실로부터 도망친다. 우리는 온몸으로 살아가야 한다. 온몸의 감각이 깨어나 

‘지금, 이 순간’의 황홀경 속에서 살아가야 한다.            



 내가 시키는 일 곧잘 하더니   

 이제는 상전처럼   

 어느새 나를 부리고 있다      


 - 허향숙, <습관> 부분           



 우리는 시인처럼 자신의 습관을 관찰해야 한다.     


 습관을 알아차리면 습관은 서서히 상전처럼 굴지 않고, 시키는 일만 하는 충실한 노예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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