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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석근 Mar 08. 2024

우리는 자신부터 구해야 한다.   

 우리는 자신부터 구해야 한다.     


 “자네는 이렇게 말하곤 했잖아. ‘자신을 구하는 길은 남을 구하려고 애쓰는 것이다.’ 하고 말이야. 그럼 구해야지. 자네는 설교만 하고 말 테야? 왜 나랑 같이 가지 않지?”      


 - 니코스 카잔차키스, ≪그리스인 조르바≫에서           



 위험에 처한 동포를 구하러 가는 친구가 주인공 나에게 다음과 같이 말한다.     


 “자네는 이렇게 말하곤 했잖아. ‘자신을 구하는 길은 남을 구하려고 애쓰는 것이다.’ 하고 말이야. 그럼 구해야지. (...) 왜 나랑 같이 가지 않지?” 


 ‘자신을 구하는 길은 남을 구하려고 애쓰는 것이다.’라는 신념을 가진 주인공 나, 그는 어떤 세계관을 갖고 있을까? 


 나도 한때 남을 구하려고 애쓴 적이 있다. 그때 많은 것을 느꼈다. 시간이 가면서 차츰 내적 에너지가 고갈되어 간다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그 후 지친다는 것은, 그 길이 나의 길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남을 구하는 것, 얼마나 숭고한 것인가!     


 하지만 그 길을 가며 지친다면? 과감히 그 길을 포기해야 한다. 지친 사람은 남을 구할 수 없으니까.     


 자신도 구하지 못하는 사람이 어찌 남을 구할 수 있겠는가? 남을 구하려면, 자신의 힘이 충만해야 한다.     


 흘러넘치는 힘이 남에게 도움이 되어야 한다. 항상 타오르는 태양, 세상 만물을 살린다.      


 그의 내면에 그토록 커다란 불이 타오르기 때문이다. 그 열기가 지구에까지 와서 온갖 생명체를 살려내는 것이다.     


 우리는 자신부터 구해야 한다. 천지자연의 운행 법칙은 자리이타(自利利他)이다. 자신의 이익이 곧 남의 이익이 되는 것이다.     


 우리는 자라면서 다른 사람부터 챙기라는 말을 수없이 들어왔다. 우리는 ‘이타행(利他行)’이라는 주술에 걸렸다.     


 주인공 나는 막연하나마 강렬하게 느꼈을 것이다. ‘이 주술에서 벗어나야 해!’ 그래서 그는 크레타 섬으로 떠나고, 운명처럼 조르바를 만나게 된 것이다.     


 그의 무의식은 조르바, 그의 원초적인 내적 에너지, 야성을 간절하게 찾고 있었던 것이다.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지게 되어있다. 삼라만상은 거대한 하나의 에너지장이기 때문이다.      


 그는 조르바를 만났기에, ‘그리스인 조르바’라는 불후의 명저를 쓰게 되었다. 철저하게 자신을 위한 것이 남을 구하게 되는 것이다.      


 나도 한동안 남을 구하는 시민단체에서 활동하면서, 한순간에 변하는 사람들을 많이 보아왔다.     


 그들은 완장을 차자마자 이상해졌다. 어떤 사람은 완장을 차기도 전에 이상하게 변하기도 하였다.      


 그들은 항상 남을 구하려 했기에 내적 에너지가 고갈되고, 고갈된 에너지를 구하기 위해 남을 폭력적으로 지배했던 것이다.       


 우리는 그런 사람들을 변절자라고 부르는데, 나는 그렇게 부르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를 ‘자신의 길이 아닌 길을 가다 길을 잃어버린 불쌍한 사람’이라고 불러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그도 자신을 구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고, 그가 반면교사(反面敎師)가 될 수 있으니까.



 하늘, 나는 너를 잊었어,

 그리고 피곤하고 무심한 내 눈에

 비친 너는 –이름 없는-   

 단지 막연한 빛에 지나지 않았지.      


 - 후안 라몬 히메네스, <하늘> 부분          



 시인은 어느 날 지쳤나 보다. ‘피곤하고 무심한 내 눈에’ 하늘이 보인다.     


 ‘이름 없는, 막연한 빛’      


 그는 말간 눈으로 보는 것을 의심치 않는다. 하늘도 삼라만상 중의 하나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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