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에 대한 믿음

by 고석근

인간에 대한 믿음


인간은 신과 악마와의 사이에 부유한다. - 블레즈 파스칼



아주 오래 전에 시골에 살 때, 조그만 가게를 운영하는 분이 ‘인간이 싫다’는 말을 자주 했다.


그는 많은 사람들을 상대하며 사람들에게 많은 상처를 받았을 것이다. 그와 술자리를 함께 하며 나중에는 호형호제하게 되었다.


‘인간이 싫다니?’ 나는 그가 너무나 안쓰러웠다.


몇 년 동안 친하게 지냈는데, 나는 그에게 금전적인 피해를 입었다. 그는 ‘돈이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미안하다는 내색조차하지 않는 그에게 나는 깊은 절망감을 느꼈다.


그 뒤 오랫동안 인간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되었다.


프랑스 철학자 파스칼은 말했다. “인간은 신과 악마와의 사이에 부유한다.”


원시인들은 성인식을 엄격하게 한다고 한다. 신화학자 조셉 캠벨은 그의 저서 ‘신화의 힘’에서 다음과 같은 어느 부족의 성인식을 예로 든다.


나이 13세가 된 사내 아이 앞에 어느 날 제사장이 신의 가면을 쓰고 나타난다. 그리고는 그 아이를 강제로 끌고 산으로 데려간다.


아이는 며칠 동안 죽을 고비를 겪게 된다. 마지막 날 밤, 제사장이 나타나 그를 마구 때린다. 아이는 이러다 죽겠구나 싶어 온 힘을 다해 저항한다.


그때 제사장은 신의 가면을 벗어 아이에게 씌워주며 소리친다.


“이제 네가 바로 신이다!”


아이는 거룩한 신으로 태어나는 것이다. 원시인들에게는 삼라만상은 다 신이었다. 인간도 같은 신으로서 삼라만상과 대등하게 살았다.


원시인들의 성인식은 아이를 어른, 신으로 만드는 의례였다. 부모에게 의존하던 아이가 아니라 당당한 한 인간으로 다시 태어나는 것이다.


이렇게 신으로 거듭난 인간이 자신을 함부로 대할까? 남에게 함부로 대할까? 그들은 서로 신으로 공경하며 거룩하게 살아간다.


그런데 우리 문명인들은 어떤가?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모두 상품이 되어 버린다. 자신의 전 인격이 돈으로 환산된다.


이렇게 돈 몇 푼이 되어 버린 인간이 스스로를 존중할 수 있을까? 남에게 인간적인 대접을 할 수 있을까?


인간은 동물에서 인간으로 진화하면서 서로의 마음에 공감하는 거울신경세포가 생겨났다.


그래서 인간의 마음은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 이 마음을 돈이 갈가리 찢어놓았다. 서로의 마음을 보듬지 못하는 우리는 행복할 수가 없다.


인간은 석기시대의 에덴동산에서 3-4만년 동안 살았다고 한다. 그러다 농경이 시작되면서 문명사회로 이행했다. 약 8천 년 전이다.


우리는 다시 악마에서 신으로 돌아가야 한다. 코로나 19는 우리에게 소리치고 있다. “다시 돌아가라!”



브르샤츠 시 구두리치카 거리 위의

불 켜진 잡화점 앞에서

세 명의 늙은 노동자들이

저녁 맥주병을 홀짝이고 있다


철모들이

포도와 인도 사이 한 조각의 오물 위에

별자리를 만든다


- 바스코 포파,《땅에 박힌 별자리》부분



좋은 사람들끼리 만나는 술자리는 별자리를 만든다.


취중진정발(醉中眞情發), 술에 취하면 인간의 본심이 나와 사람들은 별이 되는 것이다.


어느 인류학자가 원시생활을 하는 어느 원주민들과 산기슭에 빙 들러 앉아 마약성분의 식물을 함께 씹으며 황홀경 속으로 들어갔단다.


그들이 깨어나자 인류학자가 물었다. “뭐 하셨어요?” 한 원주민이 대답했다. “아니 당신은 은하수에 다녀오지 않았어요?”


이런 경험을 하는 원시인들은 얼마나 아름답게 살아갈까?


현대 문명인들이 마약을 하고서 총질을 하는 것은 황홀 상태에서 거룩한 체험을 해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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