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고석근 Oct 09. 2024

여성의 몸    

 여성의 몸    


 아빠 아빠 우리는 고추로 쉬하는데 여자들은 엉덩이로 하지?       


 (…) 

 나는 야릇한 예감이 들어 주위를 한번 쓰윽 훑어보았다. 저만큼 고추밭에서

 아낙 셋이 하얗게 엉덩이를 까놓고 천연스럽게 뒤를 보고 있었다.      


 - 김남주, <추석 무렵> 부분           



 나도 산에서 아낙의 하얀 엉덩이를 본 적이 있다. 산길을 가는데, 아뿔싸! 한 아주머니가 길가에서 엉덩이를 까고 앉아 소변을 보고 있었다.     


 곁에는 딸인 듯한 여자아이가 서 있었다. 아주머니는 나를 보더니, 민망해하며 뭐라고 웅얼거렸다.      


 나는 눈을 내리깔고 묵묵히 걸었다. 아마 소변이 너무 급했나 보다. 한갓진 곳이라 사람이 별로 다니지 않는 곳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런데, 그 흰 엉덩이가 참으로 탐스러웠다. 전혀 야스럽지 않았다. 여성의 몸을 성스럽게 본 원시인들의 마음이 느껴졌다.     


 어쩌다 여성의 몸이 관음증의 대상이 되어버렸을까? 포르노와 누드 명화의 차이는 무엇일까?     


 프랑스의 철학자 조르주 바타유는 말했다. “여성의 아름다움이란 신(神)의 현현(顯現)에 다름 아니다.”       


 여성의 몸이 자연의 상징이기 때문일 것이다. 모든 생명체는 자연에서 태어나 자연으로 돌아간다.     


 인간의 깊은 무의식에는 여성을 신의 현현으로 보는 마음이 있을 것이다. 이 마음을 잃어버리게 되면, 여성의 몸이 포르노가 되어버릴 것이다.     


 다시 여성이 신이 되는 세상을 보고 싶다. 여신(女神)인 해와 달, 산과 강이 아기 같은 인간들을 한평생 따스하게 지켜주었으면 좋겠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