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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석근 Oct 11. 2024

아버지와 딸   

 아버지와 딸     


 아버지가 모종컵 속에 나를 심는다 아가야, 어서어서 피어라 (…) 모종컵 속에서 아버지의 사지가 하나씩 피어난다     


 - 조말선, <거울> 부분            



 심청은 아버지를 떠난다. 아버지가 봉사라는 것은 아버지가 딸의 가치를 제대로 알아보지 못한다는 비유다.     

 딸들은 ‘모종컵’을 떠나야 한다. 그래도 딸이 아버지를 떠나면 불효니까, 심청은 ‘아버지의 눈을 뜨게 하려’ 공양미 삼백 석에 팔려간다.     


 전래 동화 ‘심청전’은 겉으로는 효도를 다루는 듯하지만, ‘여성의 자아실현(自我實現)’이 주제다.     


 딸은 일단 아버지의 집을 떠나야 한다. 자신의 길을 간절하게 찾아가면, 천지자연이 도와준다.     


 끌어당김의 법칙이다. 천지자연은 에너지장(場)이라, 좋은 에너지는 좋은 에너지를 끌어당긴다.     


 그래서 우리는 자신을 극진히 사랑해야 한다. 그러면 자신 안의 영혼이 깨어나 천지자연이 호응한다.     


 심청의 간절한 소망이 이루어진다. 바다에 던져졌지만, 용왕이 도와주어 지상으로 올라오게 되고, 왕을 만나 왕비가 된다.     


 왕비가 된 심청은 전국의 맹인을 위해 잔치를 열고, 아버지를 상봉하게 된다. 놀란 아버지는 번쩍 눈을 뜨게 된다.     


 이런 옛이야기는 황당한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가 의지만 있으면, 어떤 난관도 뚫고 자아를 실현할 수 있다는 지혜를 가르쳐 준다.     


 만일 심청이 자신을 몰라주는 아버지를 떠나지 않았다면, 그녀는 한평생 궁핍하게 살고, 아버지도 눈을 뜨지 못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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