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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석근 Oct 16. 2024

슬픔   

 슬픔      


 임산부처럼 슬픔이 무거워 잠시 앉아 쉬면 

 (…)     


 이복형제를 낳은들 나라가 할 말이 있을까      


 - 김경미, <슬픔> 부분            



 ‘임산부처럼 슬픔이 무거워’ 우리는 아무 데나 주저앉고 싶어진다. 집에 가면 널브러진다.      


 왜 그럴까? 언제나 경쾌하게 살아가는 지구 곳곳의 오지에 사는 소수민족들을 생각해 본다.     


 그들은 우리 문명인들처럼 슬픔에 짓눌려 살아가지 않는다. 그들은 대체로 원초적 욕망에서 자유롭다.     


 특히 모계사회가 건강하다는 생각이 든다. 선남선녀가 낮에 함께 일을 한다. 그러다 여성이 마음에 드는 남성에게 밤에 집으로 오라는 암시를 준다.     


 그러면, 그 남자는 밤에 여자의 방으로 찾아간다. 그들은 아름다운 밤을 보낸다. 새벽이 오면 남자는 여자의 방을 떠나간다.     


 여자는 여러 남자를 만나며 이복형제를 낳는다. 아이들은 아버지가 누구인지 모른다. 아이들은 엄마와 엄마의 형제자매들에 의해 길러진다.     


 아이들은 문명인 아이들처럼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겪지 않아도 될 것이다. 청춘남녀들의 정신세계는 아주 맑을 것이다. 그들은 서로의 환심을 사기 위해 항상 자신의 마음과 몸을 갈고 닦을 것이다.    


 가장 원초적인 성에서 자유롭게 된 그들의 정신은 상승할 것이다. 성 에너지가 다른 사람들과 세상에 대한 사랑으로 확장되어 갈 것이다.     


 한강의 ‘채식주의자’에 나오는 남녀들처럼, 항상 슬픔에 젖어 살지 않아도 될 것이다. 사랑이 충만한 몸으로 살아가는 그들은 행복의 극치를 맛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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