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해방

by 고석근

동물해방


살아있는 모든 생명체에 대한 사랑은 인간의 가장 숭고한 본능이다. - 찰스 다윈



며칠 전에 미국의 철학자 피터 싱어의 저서 ‘동물해방’을 함께 읽고 공부했다. 부부들이 회원인 인문학 공부모임이다.


그는 제레미 벤담의 공리주의를 바탕으로 동물의 해방을 주장하는 실천윤리학자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의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어 많은 사람들에게 동물해방에 관심을 갖게 한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나는 그의 동물해방을 읽으며 너무나 불편했다. 그의 동물해방의 철학, 공리주의에 대한 거부감 때문이었다.

공리주의의 창시자 벤담은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주장한다. 그런데 그가 말하는 행복은 쾌락이다.


그의 철학이 그럴 듯하게 보이지만, 자본주의가 아주 좋아할 수 있는 철학이다. 자본주의는 엄청난 생산력으로 우리에게 엄청난 쾌락을 약속한다.


실제로 공리주의가 우리 사회를 지배하는 철학이 된지는 오래된다. 국가가 무슨 정책을 펼 때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기준으로 삼지 않는가?


강물을 막아 댐을 만들 때 많은 사람들에게 행복, 쾌락을 준다면 댐 하나가 이 세상에 미칠 수 있는 엄청난 파장은 염두에 두지 않는다.


피터 싱어는 쾌락의 반대인 고통을 중시한다. 그는 동물도 ‘쾌락과 고통을 느낄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으니 동물도 인간과 같은 권리를 가져야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언뜻 보면 ‘우리 모두가 받아들여야만 하는 합리적인 기본적 도덕원리’에 호소하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인간의 행복을 쾌락으로 규정하는 게 맞는가? 고대 헬레니즘 시대의 쾌락주의자 에피쿠로스는 최고의 쾌락은 ‘아타락시아(마음의 평정)’라고 했다.


그는 육체적 쾌락을 중시하다 끝내는 정신적, 영적인 쾌락으로 나아간 것이다. 이게 인간이다.


미국의 심리학자 마슬로우도 욕구의 5단계를 주장한다. 그는 인간은 생리적 욕구를 추구하다 안전의 욕구, 사랑의 욕구로 나아가고 그 욕구들이 충족되면 자존감의 욕구, 자아실현의 욕구로 나아간다고 말한다.


피터 싱어의 인간관은 현대 고도자본주의의 철학과 딱 맞아떨어진다. 자본주의는 얼마나 다채로운 쾌락을 우리에게 선사하는가?


돈만 있으면 우리는 무궁무진한 쾌락의 낙원으로 들어갈 듯하다. 하지만 그런 쾌락을 만끽하는 사람들을 보라. 그들은 진정으로 행복해 보이던가?


인간이 진정으로 행복하려면 자신의 ‘본성(本性)’에 맞게 살아야 한다. 인간은 타고나기를 다른 존재들과 더불어 살게 되어 있다. 그들과 하나의 마음으로 서로 연결되어 있다.


그래서 나만의 쾌락은 일시적으로는 기분을 좋게 할지 모르나 깊은 행복을 주지는 못한다.


피터 싱어는 동물들이 얼마나 끔찍한 상황에 처해있는지 잘 보여준다. 공장식 동물사육들, 의학의 이름으로 행해지는 각종 동물실험들...... .


그의 마음은 절절하게 와 닿는다. 하지만 그런 자비의 마음만으로 세상이 바뀌지는 않는다.


현대문명이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우리는 ‘이성(理性) 중심주의’로 살아간다. 우리의 이성은 무엇인가?

현대의 이성은 고대의 현자 소크라테스가 말하는 지혜의 빛이 아니다. 자신의 이익을 계산하는 도구화된 이성이다.


이런 이성중심의 문화와 사회가 바뀌지 않고 동물해방이 가능할까? 자신의 이성으로 마음껏 자신의 탐욕을 누리게 하는 사회문화에서?


머리는 동물의 고통을 알겠지만 혀는 동물의 고기를 먹는 맛에 길들여졌는데. 어떻게 해야 고기를 싸고 맛있게 먹는지 이성이 친절하게 가르쳐주는데.


원시인들은 물고기를 잡아먹으면 뼈는 강물에 띄워 보냈다. 육체를 얻어 다시 살아나라고. 산짐승을 잡아먹어도 뼈와 가죽은 나뭇가지에 걸어 놓았다. 부디 다시 육체를 얻어 부활하라고.


동물을 사냥할 때도, 제사장이 기도를 하여 사냥하려는 동물의 신에게 허락을 구했다. 그래서 동물의 신이 허락한 수량 이상은 잡지 않았다.



사람들을 볼 때마다

소스라치게 놀랐을

뱀, 바위, 나무, 하늘


지상 모든

생명들

뭇 생명들


- 함민복,《소스라치다》부분



원시인들은 삼라만상이 다 신이어서 만물을 경건하게 대했다. 그들은 인간의 본성으로 살았다.


우리가 그런 인간의 원초적 본성을 회복하지 않고는 동물사랑, 동물해방은 불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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