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아껴 쓰라

by 고석근

시간을 아껴 쓰라


시간을 지배할 줄 아는 사람은 인생을 지배할 줄 아는 사람이다. - 에센 바흐



한 시대를 뜨겁게 달구었던 민중 가수 김광석에 대한 일화다.


어느 날 그는 대학로에서 술에 취한 체 굉음을 지르며 달려가는 오토바이 폭주족들을 향해 울부짖었단다.


“아껴라, 제발 아껴라. 니들의 청춘이 그렇게 허비되기엔 니들이 너무 아까운 젊음이다. 그러니 제발 막 버리지 말고 아껴라.”


그가 젊은 청춘들을 향해 ‘제발 아껴라!’고 소리친 것은 무엇이었을까?


‘시간을 아껴라!’ 일까?


청춘의 시간은 화살같이 지나가니 시간을 아껴 써야 해! 시간은 한번 지나가면 다시 오지 않아!


우리는 가끔 지나 간 과거를 되돌아본다. 그때마다 찰나라는 생각이 든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엄청 긴 시간이었는데.


과거는 항상 찰나다. 아마 천년을 살고서 되돌아봐도 찰나일 것이다. 시간은 항상 현재, 찰나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과거, 현재, 미래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우리의 뇌, ‘인식의 틀’이 그렇게 생각할 뿐이다.


과학자 아인슈타인은 상대성 원리에서 시간은 어디에 있느냐에 따라 상대적임을 밝혀냈다.


우리가 밖에서 달려가는 기차를 보고 있으면, 기차 안에 있는 사람과 다른 시간을 경험한다. 밖에 있는 사람의 시간이 조금 더 길다.


우주 차원에서 보면 시간은 장소마다 엄청난 차이가 난다. 영화 ‘인터스텔라’에서 잠시 우주선을 벗어났다가 돌아온 사람은 우주선에 있는 사람이 폭삭 늙어버린 것을 발견한다.


현대양자물리학은 물질 차원에서는 시간은 있지만 물질세계를 넘어선 양자(에너지 장)의 세계에서는 우리가 생각하는 시간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한다.


김광석은 평소에 뛰어난 감수성으로 시간이 직선이 아님을 직감했을 것이다. 그는 오토바이를 타고 질주하는 청춘들에게 ‘시간을 아껴라’고 소리친 게 아니다.


그는 뜨거운 가슴으로 살아가는 것, 그것이 진정한 삶의 시간임을 알았을 것이다. 왜? ‘시간은 가슴으로 느끼는 것(미하일 엔데)’이기에.


그는 폭주하는 청춘들에게 “젊음을 그렇게 소모하면 안 돼! 뜨거운 가슴으로 살아야 해!”라고 울부짖은 것이다.


근대 산업사회가 도래하면서 ‘시간은 돈’이 되었다. 시간을 들인 만큼 생산성이 높아졌다.


‘시간을 아껴라’는 건, 상품 생산의 좋은 도구가 되라는 말이다. 그래서 미하일 엔데는 그의 소설 ‘모모’에서 ‘시간은 아껴 쓸수록 자신의 시간(삶)은 사라져버린다.’고 말한다.


우리는 시간의 마법에 걸려 있다. 조금만 나태하게 있으면 죄의식을 느낀다. 그래서 우리는 고요히 앉아 있지 못한다. 뭔가를 해야 한다.


강물처럼 흘러가는 시간은 허상이다. 오로지 실재하는 건, 찰나다. 지금 여기에 살아 있는 나, 이 찰나만이 존재한다.


우리는 늘 찰나 속에 있다. 찰나가 영원이다. 찰나에 머물지 못하면 우리는 제대로 사는 게 아니다. 찰나를 온전히 느낄 때, 우리의 삶은 찬란하다.



슬픈 노래로 내게 말하지 마라

인생은 단지 헛된 꿈이라고!

잠자는 영혼은 죽은 것이고

사물은 외양과는 다르기에.


〔......〕


아무리 즐거워도 미래를 믿지 마라!

또한 죽은 과거는 죽은 채로 묻어둬라.

그리고 행동하라, 살아있는 현재 속에서!

우리의 가슴에는 심장이, 머리 위에는 신이 있으니.


모든 위인들의 생애는 우리들에게 일깨워준다

우리들도 숭고한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을.

그리고 떠나면서 우리 뒤에 놓여있는

시간의 모래밭에 발자국을 남겼다.


- 헨리 워즈워스 롱펠로우,《인생찬가》부분



‘나’라는 건 없다. ‘행동하라, 살아있는 현재 속에서!’


오로지 무한히 꽃 피어나는 나가 있을 뿐이다. 우리 각자의 우주는 늘 폭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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