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실격

by 고석근

인간실격


우리는 지배 권력에 훈육되지 않는 우리 삶의 속성을 길러야 한다. - 미셸 푸코



20대 초반의 청년이 공부하러 왔다. 대중음악을 한다고 했다. 대학진학을 거부하고 자유인으로 사는 풋풋한 영혼, 그에게서는 언제나 젊음의 향취가 났다.


어느 날 낮에 그가 전화를 했다. “선생님, 저 분열증에 걸린 것 같아요. 식당에 알바를 하러 왔는데요. 도마의 칼질 소리가 너무나 크게 들려요. 가끔 헛것이 보이고요. 어떨 땐 유체이탈을 해요”


나는 말했다. “병원에도 가봐야겠지만, 마음을 먼저 다스리도록 해. 강의 시간에 가끔 얘기했지? 명상을 하면서 네 마음을 잘 들여다 봐. 파도치는 마음도 큰 바다 같은 마음의 한 모습일 뿐이라는 것을 알아야 해.”


그는 그 후 명상을 하며 마음을 잘 다스려 마음의 안정을 되찾았다. 지금은 열심히 음악을 하며 ‘정상적인 생활’을 하고 있다.


우리는 분열증(조현병) 환자를 보면 우선 두려움을 느낀다. 갑자기 ‘미쳐서’ 자신을 해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기 때문이다.


내가 어릴 적엔 마을에 ‘미친 사람’이 한 명씩은 있었다. 그들은 좀 이상하긴 했지만 전혀 사람들에게 해를 끼치지 않고 일도 함께 하며 잘 어울려 지냈다.


그런데 왜 지금은 그들이 위협적인 존재가 되었을까? 프랑스 철학자 푸코는 말한다. “사람들이 사회 속에서 이방인처럼 소외되어 있기 때문에 범죄가 발생한다.”


예전에는 그들을 공동체 사회가 품어 주었다. 지금은 그들을 사회로부터 격리한다. 소외된 그들의 마음은 점점 반사회적이 되어 결국엔 우리에게 위협적인 존재가 되는 것이다.


신화학자 조셉 캠벨은 그의 저서 ‘다시, 신화를 읽는 시간’에서 조현병 환자는 원시 사회의 제사장, 사제와 유사하다고 한다.


신과 인간의 매개 역할을 하는 사제(무당)들은 깊은 정신 질환을 앓는다. 자신의 깊은 내면으로 들어간다.


거기서 그들은 ‘영원의 세계’를 만난다. 신(神), 도(道)의 세계를 만나는 것이다. 태어남도 없고 죽음도 없는 영원한 율동의 세계. 그 세계에서는 과거, 현재, 미래가 하나다. 현대물리학에서 말하는 ‘에너지 장(場)’이다.


그래서 그 세계를 다녀온 그들은 예언력 같은 특별한 능력을 갖추게 된다. 그들과 현대의 조현병 환자는 유사하다.


그런데 현대의 조현병 환자들은 자신의 깊은 내면에서 ‘영원’을 보았는데, 이 세상으로 돌아오면 세상이 그들을 받아주지 않는다.


그들의 언행은 우리의 이성적인 사고로는 이해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성의 틀’에서 벗어나 그들을 보면 그들은 비범한 사람들이다.


현대는 이성을 넘어서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가는 시대다. 인간 실격으로 취급받는 그들을 품어야 한다.


현대의 지식정보사회, 인공지능시대에는 그들처럼 ‘미쳐야 미칠 수 있는 사회’이다. 근대의 산업사회는 이성 중심사회였기에 그들을 비정상의 굴레를 씌워 사회로부터 격리시켰다.


우리는 산업사회에 형성된 ‘이성의 틀’에서 벗어나야 한다. 앞으로는 인간의 창의력, 상상력, 감성이 중시되는 사회가 될 것이다.


지능이 낮은 사람, 육체가 불구인 사람, 정신 질환자, 동성애자...... 이런 사람들과 함께 아름답게 살아가던 공동체 사회를 회복해야 한다.


그들 모두 우리의 한 모습이다. 우리가 그들을 격리시키면 우리의 마음과 몸이 온전치 못하게 된다.


그들과 함께 할 때 우리는 우리의 전존재(全存在)를 활짝 꽃 피울 수 있다. ‘우리는 지배 권력에 훈육되지 않는 우리 삶의 속성을 길러야 한다.’



엘리베이터를 타니 어디서 묻어온 것인지 꽃잎 한 장이 떨어져 있었다. 잔뜩 가슴을 오므리고 파리한 주홍색 얼굴로 떨고 있었다. 엘리베이터의 단추를 눌렀다. 투덜대는 구름의 낮은 기침소리. 우리는 상승했다. 상승, 상승..........


- 강은교,《엘리베이터 속의 꽃잎 한 장》부분



엘리베이터 안에서 우연히 만난 꽃잎 한 장이 시인을 하늘로 데려간다. ‘구름의 낮은 기침소리. 우리는 상승했다. 상승, 상승..........’


시인은 이 시대의 사제다. 온전한 자신으로 살아가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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