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론
결혼은 삼겹살을 굽는 것이네
타지 않게 골고루 잘 익혀야 하는 것이네
너무 높지도 낮지도 않게 불꽃을 조절하고
알맞게 익도록 방심하지 않는 것이네
- 공광규, <부부론> 부분
삼겹살을 굽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는 누구나 다 알 것이다. 시인은 ‘부부생활은 삼겹살을 굽는 것’이라고 말한다.
참으로 적절한 비유다. 한평생 삼겹살을 구워야 한다니! 시시포스의 형벌이다. 문제는 그 형벌을 어떻게 잘 견디느냐다.
알베르 카뮈의 가르침처럼, 우리는 시시포스의 미소를 지을 수 있어야 한다.
우리는 인생사 그 무엇에도 애쓰지 말아야 한다. 절로 절로 되어야 한다. 부부의 첫째 조건, 둘이 같은 곳을 바라봐야 한다.
가치관이 다르면 사는 게 너무나 고달프다. 부부생활이 생지옥이 된다. 그러려면, 우리는 인간의 욕구를 잘 알아야 한다.
인간은 짐승과 신(神) 사이의 존재다. 동물적인 욕망도 만족해야 하지만, 신적인 욕망도 만족해야 한다.
물질 이상의 가치를 중요시하는 부부가 되어야 한다. 물질만 추구하는 부부는 삶의 위기를 견디지 못한다.
둘째 조건, 성격은 정반대가 좋다. 부부는 인생의 동반자다. 가정이라는 공동체를 함께 꾸려가야 한다.
이상과 현실, 이 둘의 균형을 잡아야 한다. 한 사람이 꿈을 꾸면, 다른 한 사람은 또랑또랑 깨어 있어야 한다.
두 조건이 충족될 때, 부부의 삼겹살 굽기는 신나는 놀이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