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써 피워낸 꽃잎이 떨어진다.
손끝에 한 조각 떨어지길 기다린다.
그걸 지켜보고 있자니
겨울에 했던 약속처럼
네가 녹아내릴까 덜컥 겁이 났다.
오늘 밤 눈을 감으면
이대로 영영 사라질지도 모른다.
아쉬울 게 없던 하루,
밝은 밤이란 핑계로 시간을 잡아둔다.
생각해 보면 봄보다는
여름 속 투명한 햇빛이 초록을 닮았다.
봄을 초록이라 부르지 말걸 그랬다.
완연한 색깔을 담지 못한 봄은
살랑거리는 꼬리처럼 흔들린다.
누구를 그렇게 반기는 걸까.
애정이 담긴 흔들림에는 사랑이 담겨 있다.
사랑은 의도치 않게 스며들었고,
너에게 소리 없이 뿌리를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