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속나무
다시 재회한 엄마는 누렇게 빛바랜 사진 한 장을 보여주셨다. 그 사진 속에는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나의 모습과 내가 기억하는 남동생 모습이 있었다. 어릴 적 사진이 없던 나는 신기하게 그 사진을 찬찬히 뚫어져라 뜯어보았다. 사진 속의 난 짧게 자른 단발머리에 황토색 나팔바지에 빨간 손뜨개 스웨터와 황토색 점퍼를 입고 있었다, 남동생은 파란색 멜빵바지에 황토색 점퍼를 입고 있었다.
그날은 눈이 부시던 날이었는지 눈살을 잔뜩 찌푸리고 카메라를 응시하고 있었다. 입꼬리는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겠다는 듯 어색하고 입모양새가 웃겼다.
알 수 없는 우스꽝스러운 표정의 누나옆에 남동생은 손을 앞으로 뻗은 체 엉엉 울고 있었다 어릴 적 울보였던 '이 녀석은 이때도 울보였구나' 피식 웃음이 새어 나왔다 사진을 보고 있는 지금 내 입꼬리와 입모양새가 사진 속 모습 같을 것이다. 어릴 적 내 모습은 이랬구나 우습기도 하고 엄마가 내 사진을 간직하고 있구나 울컥하기도 했다.
엄마와 헤어지던 날 찍은 사진이라는 얘길 듣자 그날의 기억들이 떠올랐다.
그 집은 식구가 많아서 아침마다 항상 분주했지만 그날은 엄마가 좀 더 바쁜 모습이었다. 언니오빠들을 학교에 등교시키고 나와 동생은 씻긴 후 외출복으로 갈아입혀주었다. 아저씨는 출근 전에 우리 남매에게 잘 가 또 보자 하시며 몇 번 뒤돌아 보시면서 출근하셨다 식구들이 모두 집을 비우자 엄마는 우리의 손을 잡고 집을 나섰다.
화가 난 사람처럼 보이는 엄마의 눈치를 보며 평소보다 얌전히 따라다녔다. 엄마 껌딱지 울보 남동생이 계속 칭얼대서 더 화가 났는지 암마의 미간이 계속 찌푸려져 있었다. 역에 도착했을 땐 모든 광경이 너무 신기하고 멋져서 더 이상 엄마 눈치를 보지 않았다.
덜컹거리면서 기차가 출발하자 창밖의 세상은 눈을 깜박였다가 다시 보면 다른 모습으로 계속 변하고 있었다. 너무 신기해서 기차 창문에 코를 박고 우와를 연발하면서 엄마를 쳐다보자 화난 표정으로 얌전히 앉아 있으라며 날 끌어 의자에 앉혔다. 이런 실랑이를 두세 번 반복하자 엄마는 창문을 올렸다가 다시 내렸다. 악! 나도 놀라고 내 비명소리에 놀란 동생은 울고 엄마는 내 팔뚝을 때리며 얌전히 앉아 있으라고 했는데 말을 듣지 않아서 기어이 일을 만들었다며 못살겠다며 한탄을 했다. 아픈 건 난데 왜 엄마가 더 화를 내는지 모르겠다. 엄마가 창문을 내리다가 내 손가락이 다친 건데 내가 그런 것이 아닌데 왜 나 때문에 못살겠다고 하는지 모르겠다. 속상했다. 슬펐다. 너무 아팠지만 길게 울지는 않았다. 울면 안 될 것 같아서다.
기차에서 내려 엄마가 우릴 데려간 곳은 아빠 집이었다. 아빠는 우리를 보고 눈시울을 붉히셨다 차가운 표정으로 아빠와 짧은 얘기를 나누고 엄마는 일어섰다. 과자를 사준다며 점빵으로 데려가는 길 담벼락에 동생과 나를 세우고는 사진을 찍었던 것 같다. 낡은 문을 열고 들어가자 작은 점빵 안에 진열되어 있는 과자며 사탕을 보자 동생은 좋아서 어쩔 줄 몰라하고 나는 어떤 걸 사야 하나 고민하고 있을 때 엄마가 슬그머니 내 손을 놓았다.
그 순간 알았던 것 같다 다시는 엄마를 볼 수 없을 것이란 걸, 엄마가 내 손을 놓을 때 엄마 얼굴을 보고 싶었지만 모른 척했다. 곧 점빵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사탕을 손에 쥔 동생이 엄마를 찾으면서 울기 시작했다.
내가 기억하고 있는 건 여기까지였는데 그 이후에 모습은 엄마에게 들어서 알게 되었다 내 손을 놓고 점빵을 나와서 맞은편 담벼락에 세워진 리어카 뒤에서 우릴 지켜보고 계셨단다. 동생이 울기 시작하자 점빵 문을 열고 내가 나오더니 엄마가 있는 곳을 쳐다 보더란다 동생이 엄마가 있는 곳을 보려고 하자 내가 동생 앞을 가로막아 서서 동생이 엄마를 볼 수없게 끌어안더란다.
그 모습을 마지막으로 보고 엄마는 아저씨가 계신 곳으로 갔다고 한다. 엄마는 그때 나의 모습이 아직도 생생 하다면서 넌 어떻게 그런 행동을 할 수 있었는지 신기하다고 했다 아마 엄마가 떠날 것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어서 사진 찍을 때도 그런 표정을 지었고 동생이 엄마 있는 쪽을 보려고 했을 때 끌어안아서 엄마의 뒷모습을 못 보게 한 거겠지.
사진만큼이나 생채기도 많고 빛바랜 기억이다. 엄마는 그 사진을 보면서 우리를 추억하고 난 그 사진을 보면서 그날 나의 모습을 추억하고 싶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