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꽃나무
세상이 온통 흰 물감을 뿌려놓은 듯 하늘 뭉게구름이 땅에 가라앉은 듯 몽실몽실하고 하얗다.
둥글둥글했던 산이 뾰족하게 높아지고, 그 위에 동글동글 잎사귀가 춤을 추던 나무가 뾰족하게 높아지고, 돌멩이를 던지면 퐁하고 동글동글 비눗방울 그림을 그려주던 냇물이 퍽 소리 내며 뾰족한 그림을 그리고, 길을 걸어가는 나의 손은 주머니 속으로 들어간다. 세상은 너무 심심한데 이런 날은 온 세상이 나의 놀이터가 되어준다.
누렇게 빛바랜 포댓자루를 끌고 놀이터로 향한다. 빨간 스웨터를 입고 빨간 부츠를 신고 빨간 볼에 하얀 입김을 훅훅 내뱉으면서 하얀 언덕길에 작은 발자국을 폭폭 남기면서 올라간다. 정상에 드디어 도착이다.
크게 숨 한 번 내쉬고 비료 포댓자루 위에 엉덩이를 풀썩 내려놓고 빨간 부츠 코를 하늘 위로 치켜세운다. 이제 모든 준비는 끝났다.
출발! 땅에 내려앉은 하늘 구름 위를 신나게 내달리면 빨간 볼이 더 빨개질 때 뾰족한 나무 위에 앉은 몽글한 눈들이 바람 타고 나를 따라오며 응원해 준다. 빨간 스웨터에 하얀 눈꽃이 필 때 냇가에 앉아 있던 눈들이 바람 타고 빙글빙글 하늘 위로 올라간다. 하얀 세상에게 작은 나는 온몸으로 빨간 꽃잎을 그려 꽃을 피워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