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나무

분식집옆나무

by 기억나무

여자는 떡볶이를 좋아하지 않았었다. 어묵도 좋아하지 않았었다. 분식집에서 돈을 지불하고 먹는 음식은 순대와 튀김이었다. 친구들이 떡볶이를 시키면 슬쩍 거들었다가 추운 날엔 어묵 국물을 곁들이는 게 전부였다.

남자는 떡볶이를 좋아한다. 어묵도 좋아한다. 분식집에서 돈을 지불하고 먹는 음식은 떡볶이와 어묵이었다고 한다. 친구들이 순대를 시키면 순대만 슬쩍 거들고 튀김은 떡볶이 국물마저 깨끗하게 먹기 위해서 찍어 먹는 게 전부였다.

남자와 여자가 만났다. 분식집 메뉴판에 있는 모든 음식에 대해서 돈을 지불한다. 여자는 남자가 좋아하는 떡볶이에 순대를 찍어먹고 남자는 여자가 좋아하는 튀김을 간장에 찍어 먹는다. 여자는 남자가 좋아하는 어묵을 간장에 찍어먹고 남자는 여자가 좋아하는 순대를 소금에 찍어 먹는다.


가끔 남편과 함께 분식집에서 야식을 즐길 때가 종종 있습니다. 이런 계절엔 분식집 데이트 가 더 낭만적으로 느껴집니다. 유난히 차가운 나의 손을 남편의 따뜻한 손으로 녹이면서 걸어가다 보면 따뜻한 국물과 맛있는 음식들이 있는 곳에 도착하죠. 함께 맛있게 먹으면서 서로 달랐던 입맛이 닮아가는 모습을 양념 삼아서 얘기를 하다 보면 분식은 미식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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