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탕나무
어린 시절 밥상에 육해공 남의 살이 없으면 반찬이 없다고 생각하시는 아버지 덕분에 여러 육해공 남의 살을 섭렵할 수 있었다. 그중에 제일 기억에 남은 남의 살이 있다. 지금 생각해도 몸서리가 쳐지는.
겨울날 친구들과 함께 물이 얼어있는 논바닥을 아이스링크 삼고 운동화를 스케이트화 삼아서 하루 종일 놀다가 저녁 시간 이 되어서 집으로 돌아가니 집 마당 장작불 위 냄비가 하얀 연기를 뿜어내며 바글바글 끓고 있었고 그 주변에는 아저씨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아버지와 막걸리 한 잔씩 드시고 계셨다.
술 드시는 아버지를 싫어하는 나는 못마땅한 표정을 숨기지 못했지만 내심 냄비에서 끓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궁금해서 슬쩍 쳐다보니 기름이 동동 떠있는 뽀얀 국물 모양새가 고깃국이구나 싶었다. 마침 고깃국이 다 끓여졌는지 아저씨들과 아버지는 마시던 술잔을 내려놓고 고깃국을 나눠서 드시기 시작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마당을 서성이고 있던 나에게도 고깃국 한 그릇이 돌아왔다. 그릇을 내밀면서 아버지께서는 먹을 수 있겠냐는 질문을 하셨다. 아버지를 따라다니며 웬만한 고기 살은 다 먹어봤으니 문제없다는 생각으로 먹을 수 있다고 대답하며 그릇을 받아 들었다. 한 숟가락 떠서 먹어보니 처음 먹어보는 맛인데 나쁘지 않았다. 아저씨들과 아버지께서는 드시던 손길을 멈추고 내가 먹는 모습을 일제히 쳐다보고 있어서 부끄러웠다. 아버지는 다시 한번 먹을만하냐고 물으시길래 맛은 괜찮은 것 같은데 뭔지 모르게 별로라고 했다.
나의 대답에 아저씨들과 아버지는 일제히 와하하 웃으면서 그게 무슨 고긴 줄 아냐고 물으셨다. 잘 모르겠다는 나의 대답에 아버지는 그거 뱀 고기다고 하셨다.
으아악! 뱀? 뱀이라고? 기어 다니는 그 뱀?! 내가 밤 산에서 때려죽인 그 뱀?! 순간 속이 울렁이더니 머리까지 띵 해졌다. 내가 비명을 지르며 팔짝팔짝 뛰는 모습에 아저씨들과 아버지는 더 크게 웃으셨다.
겨울 뱀은 귀한 건데 운이 좋아서 잡았다면서 귀한 거 먹었으니 올겨울에 너는 감기 걸리지 않겠다고 하셨다. 세상에... 감기 걸려도 좋으니 내 속에 들어간 뱀 살 고깃국을 다 토하고 싶었다. 이 일이 있는 후부터 나는 아버지가 주시는 남의 살에 대해서 의심을 하기 시작한 계기가 되었다